한 남자가 긴 사다리를 어깨에 메고 시장 골목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큰 소리로 외치며 나아갔다. “조심해요.길 비켜요. 옆으로 비키세요.”그때 시장 골목을 지나가던 신사가 말했다. “내가 왜 비켜. 자기가 비켜서 지나가면 그뿐이지.” 그런데 시장 안이 비좁다 보니 남자가 모퉁이를 돌아서 가려다가 사다리의 뒤끝으로 그만 그 신사의 머리를 치고 말았다. 신사는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더니 그를 고소하였다. 재판관은 신사의 진술을 다 듣고 난 다음 남자에게 신사의 주장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남자는 팔짱을 끼고 뻣뻣한 얼굴 표정을 한 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재판관이 물었다. “이 피고는 혹시 벙어리가 아닌가?” 신사가 재빨리 이의를 제기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저 작자는 벙어리인 척 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자는 시장에서 길을 비키라고 소리를 질러 댔습니다. 얼마나 큭 소리를 질러 댔는지 주변 사람들이 모두 길을 비켜 주었습니다.” 그러자 재판관이 신사에게 물었다. “그 소리를 들었다면 당신은 왜 길을 비키지 않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