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초로의 단짝 친구가 오랜만에 만났다. 한 친구는 공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어 있었고 다른 친구는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어 있었다. 두 친구는 반가움에 겨워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오래도록 나누었다. 그러다 공학 교수가 된 친구가 철학 교수가 된 교수에게 물었다. “자네같이 머리 좋은 친구가 어쩌다 철학 교수가 된건가? 내가 가르치는 공학은 세상 사람들을 풍요로이 살게 해주지만 자네가 가르치는 철학은 쓸모없는‘논(論)’만 만들어 사람들 머리만 아프게 하지 않는가?” 친구의 질책 비슷한 질문에 철학 교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 대신 친구에게 물었다. “자네는 공학을 가르치니 수학을 잘 알겠지? 내가 수학 문제 하나를 물어볼 테니 대답해주게.” “그래, 그럼세.” “무한 소수 0.00……1은 0에 가까운가, 아님 1에 가까운가?” 공학을 가르치는 교수는 친구의 어리석은 물음에 거침없이 대답하였다. “대학 교수란 사람이 그것도 몰라서 묻는가? 무한 소수 0.00……1은 당연히 0에 가깝지.”친구의 명쾌한 대답에 철학 교수는 빙그레 웃으며 다시 물었다. “0 이란 아무것도 없음이 아닌가? 그러나 무한 소수 0.00……1은 그 크기가 작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인데 어찌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이 가까울 수 있는가?” 친구의 물음에 공학을 가르치는 친구는 난색을 하며 대답을 바꾸었다. “그도 그렇군. 그럼 무한 소수 0.00……1은 1에 가깝겠군.” 대답을 하고도 확신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철학 교수는 다시 물었다. “0을 제외한 양수 중에 무한 소수 0.00……1보다 작은 수가 어디 있는가? 그러면 무한 소수 0.00……1은 1보다 0에 더 가깝지 않은가?” 그 물음에 공학 교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친구의 침묵을 지켜보던 철학을 가르치는 친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가르치는 철학이란 학문은 말일세, 우리 존재가 0에 가까운가 1에 가까운가를 밝히려는 원초적인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