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가 우거진 강가에 먼 길을 여행하던 기러기떼가 잠시 내려앉았다. 기러기들은 강가에서 며칠을 쉬며 곤한 몸의 피로를 풀었다. 강에는 먹이가 풍부해서 쉬이 떠나기가 아쉬웠지만 다가올 겨울을 생각하며 서둘러 떠날 채비를 했다. 그런데 기러기들이 막 출발하려는 순간, 한 기러기가 동료기러기들에게 주저하며 말했다. “나는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래서 조금만 더 있다가 떠날 생각이야.” 동료 기러기들이 내년에 다시 오면 되니 같이 가자고 달랬지만 그 기러기는 그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동료 기러기들은 한시라도 빨리 자신들을 쫓아오라는 당부의 말을 남긴 뒤, 아쉬운 표정으로 먼저 떠났다.
동료들이 떠나가고 혼자 남은 기러기는 맛있는 먹이들을 잔뜩 먹으며 ‘하루만... 하루만...’하면서 떠날 날짜를 계속 늦추었다. 어느새 강가에 피었던 아름다운 갈대들도 모두 찬바람에 시들어가고, 새벽이면 찬 서리가 온 대지를 하얗게 뒤덮었다. 추운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야 기러기는 정신을 차리고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기러기가 막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하는 순간, 불행하게도 너무 살이 찐 나머지 제대로 몸을 가눌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결국 가야 할 때를 놓친 기러기는 가엾게도 강가에서 추위에 얼어 죽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