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뿔에서 싸운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겠는가

위나라 혜왕이 제나라 위왕에게 자객을 보내 죽이려 하자 공손연이 그러한 편법을 쓰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군사를 일으킬 것을 왕에게 권했다. 그러나 계자는 무력을 쓰는 것은 백성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그것을 반대하고 나섰다.
둘의 의견이 분분해지자 제상 혜시와 화자는 대진인이라는 사람을 왕에게 천거하여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대진인은 해왕 앞으로 나와 이렇게 물었다.
“왕께서는 달팽이를 알고 게시겠지요?”
혜왕이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알고 있지”
혜왕의 대답에 대진인이 말했다.
“달팽이의 왼쪽 뿔에는 촉씨가 나라를 세웠고, 오른쪽 뿔에는 만씨가 나라를 세웠는데, 두 나라는 언제나 영토를 조금이나마 더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하다가 그 전사자가 만 명이나 되었고, 어떤 때에는 서로를 추격하는 데 보름씩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대진인의 말을 들은 혜왕은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아니, 무슨 그런 황당무계한 거짓말을 하는가?”
대진인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제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닙니다. 만약 왕께서 우주를 마음대로 날아다니시며 땅에 있는 나라들을 보시면 아무리 큰 나라일지라도 그 형체가 보일 듯 말 듯 할 것입니다.”
혜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표했다.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이에 대진인이 힘을 얻은 듯 힘주어 말했다.
“그런 만큼 위나라니, 제나라니 하고 따져봤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 속에 위나라가 있고 양이라는 도성 안에 왕께서 지금 살고 계십니다. 광대한 우주에서 보자면 위나라나 제나라가 서로 전쟁을 하는 것이나, 달팽이 뿔 위의 촉씨 나라와 만씨 나라가 영토 싸움을 벌이는 것이 과연 다를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대진인의 말에 혜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망연자실 넋을 잃고 있다가 대진인이 물러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진인의 인격과 성인다움을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