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철학자와 그 제자가 여행을 하다가 깊은 산속을 지나게 되었다. 산에는 아름드리 거목들이 무성했고, 마침 벌목꾼들이 나무를 베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철학자와 제자는 땀도 식힐 겸 잠시 나무 그늘에 앉아 벌목꾼들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벌목꾼들은 아름드리 거목은 손도 대지 않고 그다지 크지 않은 나무들만 베고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제자가 늙은 벌목꾼에게 물었다. “아름드리 거목은 두고 왜 하찮은 나무들만 베는 겁니까?” 제자의 물음에 늙은 벌목꾼이 대답했다. “젊은이, 아름드리 거목은 보기에는 크고 좋아 보이지만 재목감으로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네.”늙은 벌목꾼의 설명을 들은 철학자가 제자에게 말했다. “아름드리 거목은 재목감으로 별 쓸모가 없어서 타고난 생명을 누리는구나.” 말을 마친 철학자와 제자는 다시 길을 떠났고 저녁 무렵 철학자의 친척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친척은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하인을 불러 집에서 기르는 닭을 잡으라고 일렀다. 주인의 말에 하인이 어떤 닭을 잡아야 하는지를 묻자 주인이 말했다. “닭들 중에서 가장 알을 적게 낳는 닭을 잡아라. 그런 닭은 모이만 축낼 뿐 별 쓸모가 없으니까...” 그 말을 들은 제자가 철학자에게 물었다. “아름드리 거목은 재목감으로 별 쓸모가 없어서 타고난 생명을 다 누리는데 닭은 쓸모가 없어서 오히려 죽어야 하니 대체 어느 쪽이 더 나은 것입니까? 제자의 물음에 철학자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는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저 그 중간에 있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라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자연의 이치를 깨달으면 또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세상의 일이란 모두가 부질없고 헛된 것들뿐이니. 그 속에서 살다보면 세상의 화를 면하기는 어려운 것이지. 그렇지만 자연을 벗하고 자연과 함께 지내는 사람은 분명 그 화를 비켜갈 수는 있을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