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오두막집 지붕 위에 둥근 박이 열렸다. 박은 조금씩 몸이 커지면서 하늘에 뜬 둥근 보름달만큼 커지면 자신의 몸에서도 달처럼 환한 빛이 나리라고 잔뜩 기대를 했다. 가을이 깊어지자 박은 보름달만큼 커졌다. 그렇지만 자신의 몸에서는 아무런 빛도 나지 않았다. 박은 보름달에게 왜 자신의 몸에서는 빛이 나지 않는지 물었다. 그러자 보름달이 미소를 띄며 말했다. “전에 내가 만난 한 아이가 있어. 처음에 그 아이는 텔레비전을 보고는 탤런트가 되는 게 꿈이라고 내게 말하더군. 그러더니 얼마 후에는 재미난 동화책을 읽고 아름다운 동화를 쓰는 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거야.” 박이 궁금한 듯 보름달에게 물었다. “그 아이는 자신의 꿈을 이루었어요?” 보름달이 다시 찬찬히 얘기했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그 아이는 자신은 그저 평범한 아이 엄마가 되었다는 구나.“ 보름달의 말을 들은 박이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물었다. “그 아이는 왜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걸까요?” 보름달이 박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그건 말이야, 누구나 타고난 재능이 다르기 때문이야.” 보름달의 말을 들은 박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다시 한 달이 지나 보름달이 박을 찾아왔을 때, 전보다 더욱 노랗게 익은 박이 보름달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달님, 드디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했어요. 저는 세상에서 제일 단단한 바가지가 되겠어요.” 박의 말을 들은 보름달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참 좋은 생각을 했구나. 네가 생각한 그 일은 세상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오로지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