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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투성이 구두 (06/13 ~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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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구의 행복비타민 3711회차

2015.06.13(토)

먼지투성이 구두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이었다. 브라운은 모처럼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자명종 소리에 맞춰 일어났다. 교회에 가서 예배 보는 일을 한 주라도 거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브라운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교회로 달려갔다. 마침 예배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브라운은 되도록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아무 데나 가까운 자리를 골라 조용히 앉았다. 목사님의 기도에 맞춰 눈을 감으려던 브라운은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발이 자신의 신발을 밟을 찰나 헛기침을 하여 주위를 주었다. 그때부터 브라운은 계속해서 속으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옆에도 충분한 공간이 있을 텐데, 저 남자는 왜 하필 내 옆에 붙어 앉아 있는 걸까?’ 브라운은 자리가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옆자리의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목사님의 기도가 시작되어도 브라운의 불만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신발 좀 봐, 저 남자는 혹시 자기 신발이 저렇게 낡고 더럽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구멍까지 난 신발을 그대로 신고 있다니, 참.’
목사님이 “주님의 은총이 있기를” 하고 말할 때마다 옆자리의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아멘”하고 중얼거렸다. 브라운 역시 목사님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자꾸만 옆에 앉은 남자의 신발에 신경이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찬송가를 부를 시간이었다. 옆자리의 남자는 목사님의 설교에 감동을 받았는지 찬송가를 부르는 중간 중간에 손까지 위로 추켜올리고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마침 하느님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기라도 할 태세였다. 남자의 쩌렁쩌렁한 목소리 때문에 브라운은 귀청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헌금하는 시간이 되자 브라운은 지폐를 꺼내 현금함에 넣었다. 그러나 옆자리의 남자는 주머니 안을 한참 뒤지더니 땡그랑 소리와 함께 겨우 동전 몇 닢을 떨어뜨릴 뿐이었다. 예배 순서가 모두 끝나자 설교에 감동받은 많은 이들이 눈물을 글썽였다. 특히 옆자리의 남자는 깊은 감화를 받았는지 연신 훌쩍이고 있었다.
모두들 새로운 신도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옆에 앉은 사람들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었다. 브라운 역시 마지못해 옆자리의 남자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는 흑인 남자로 나이가 많이 들어 보였다. 그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옷차림도 남루했다. 브라운은 속으로 그를 동정하고 있었다. 이렇게 불쌍한 영혼이 교회에 나오게 된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브라운의 따뜻한 태도에 남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찰리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 교회에 나온 지 서너 달이 지나는 동안 내게 인사를 건넨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 제가 형편없어 보인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나는 주일 아침이면 언제나 제일 좋은 옷을 입고 교회에 온답니다. 일요일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신발의 먼지를 털고 구두약으로 잘 닦은 후 집을 나서지만, 아주 먼 길을 걸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교회에 도착하면 보시다시피 이렇게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아요.”
그의 말에 브라운은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남자는 말을 이어 나갔다.
“처음 당신이 내 옆자리에 와서 앉았을 때, 당신과 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정식으로 인사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 않더군요. 제가 우연히 당신의 신발을 밟을 뻔했을 때, 혹시 우리의 마음이 통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브라운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맞아요. 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바로 당신의 먼지투성이 구두였어요.”

세상에 진심보다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진실한 마음만 있다면 아무리 두터운 철의 장벽도 한순간에 녹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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