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사랑보다 강하다 > 이선구의행복비타민

본문 바로가기

자료센터

이선구의행복비타민

HOME  자료센터  이선구의행복비타민

우정은 사랑보다 강하다 (01/18 ~ 01/18)

본문

이선구의 행복비타민 3930회차

2016.01.18(월)

우정은 사랑보다 강하다


경기도 어느 고을에 단짝으로 지내는 두 처녀가 있었어. 두 처녀는 친자매가 아닐 뿐, 그들의 관계는 그야말로 친자매 이상이었어. 나물을 캐러 갈 때도 꼭 같이 가고 수를 놓을 때도 같이 밤새워 수를 놓고, 여하튼 바늘 가는데 실 간다는 말처럼 갑분이 가는 데는 순애도 늘 따라가고 순애 있는 데는 갑분이도 있는 거지.
더욱이 이 두 사람은 고을에서도 재색을 겸비한 대표적인 처녀들이었으니 사람들은 두 사람이 시집을 갈 때도 장원급제한 쌍둥이한테 동시에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니까. 주위 사람들이 이럴 정도인데 두 사람은 오죽했겠어.
갑분이와 순애는 약속을 하고 또 약속을 했어. 설령 멀리 시집을 가더라도 일 년에 몇 번은 꼭 만나야 하며 죽는 날까지 가장 친한 친구로 남기로 말이야.
그런데 이 처녀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시집 갈 나이가 다 되었는데 남자가 없는 거야. 당시 나라에서는 몇 년 동안 적하고 전쟁 중이어서, 젊은 남자들은 모두가 싸움터로 나간 거지. 지금이야 군대가면 애인들이 면회를 가기도 하고 휴가도 나오지. 그러니 군대간 애인을 둔 여자들끼리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생겼다잖아? 그러나 예전에야 방법이 없었던 거지. 그렇다고 시집을 안 보낼 수도 없고 부모들은 그야말로 큰 걱정이었지. 얼굴이나 못생겼어야지. 미모는 특출한 데다 성격도 좋고 그랬어.
그런데 어느 날 갑분이가 시집을 가게 된 거야. 싸움터에 나갔다가 팔 하나를 잃고 돌아온 청년이 있었거든. 갑분이 아버지가 발 빠르게 움직여 자기 딸을 시집보낸 거지.
갑분이는 시집을 가긴 가야 하는데 친구와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날마다 눈물을 흘린 거야. 그러다 시집을 갔는데, 순애는 여전히 남자가 없으니 시집을 못 가는 게 아니겠어? 갑분이는 생각다 못해 남편한테 부탁을 했지.
“서방님, 청이 있사옵니다.”
“무슨 일인지 말을 해보시오. 내 당신 청이라는데 어찌 안 들어 줄 수 있겠소.”
“서방님, 순애를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살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시집도 못 가고 혼자서 있는 것도 그렇고 너무 보고 싶으니까요. 마땅한 혼처가 나타날 때까지만 그렇게 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당신 뜻이 정 그렇다면 그렇게 하시오.”
이렇게 해서 갑분이와 순애는 한 집에서 살게 됐지. 갑분이 남편이 그다지 부유하질 않는데다 팔이 한쪽이 없으니 직접 농사일을 거들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본 순애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 일이잖아. 갑분이 부부와 순애는 마치 한 집 식구처럼 그렇게 함께 일하며 살았어. 그러던 어느 날 생각이 깊은 순애는 갑분이에게 제의를 해왔지.
“너희 남편은 보아하니 총명한 사람 같더구나. 농사일은 우리 둘이서 맡고 남편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떻겠니?”
갑분이는 미안해서 뭐라 할 말이 없었지만 순애의 우정에 감탄한 나머지 그러기로 했어.
세월이 흘러 갑분이 남편은 장원급제하여 벼슬을 얻게 되는데 하필이면 남편이 잘 되고 나니 갑분이가 몹쓸 병에 걸린 거야.
갑분이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남편에게 말했어.
“서방님,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습니다. 제가 죽거든 순애와 결혼해 주세요. 저와는 한 몸이나 다름없는 친구가 아닙니까? 저라고 생각하시고 부디 그렇게 해주십시오.”
또 순애에게도 편지를 남겼어. 자신의 남편과 함께 살아 주길 부탁한다는 내용이었지.
그리고 갑분이는 죽었대. 남은 두 사람은 탈상을 할 때까지 갑분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한 집에서 보냈지. 탈상이 지나자 갑분의 남편은 아내가 남긴 유언을 되새기며 이제는 말을 해야겠다 생각했어. 뭐 순애가 여자로서 탐이나서 그런건 아니야. 부인인 갑분이의 유언을 들어주기 위한 것이지.
“순애 씨, 부디 다른 생각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실은 처가 죽기 전에 순애씨와 결혼해서 살아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죽은 사람의 간절한 유언이었으니 저와 결혼해 주십시오.”
그러나 순애 역시 갑분에게 그런 편지를 받았으나 자신은 결코 그럴 수 없노라고 하는 거야. 참 대단한 여자지? 친구야 죽고 없는데다 남자가 없어서 시집도 못 간 몸인데 이쯤이면 갑분이 남편은 결혼은 하지 않아도 좋으니 예전처럼 한 집에서만 같이 살아 달라고 부탁했어. 그런데도 순애는 친구와의 신의를 지키고 자칫하면 생길 수 있는,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없애고자 그 후 머리를 깎고 산으로 들어갔다는데, 정말이지 신의가 대단한 여자야. 요즘 세상에 이런 여자가 또 있을까 싶어. 이에 갑분의 남편도 그녀들의 우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됐지.

훗날 마을 사람들은 두 여자의 이 같은 우정을 길이길이 기리고자 마을에 갑분과 순애의 우정과 신의를 상징하는 석탑 두 개를 나란히 세웠다는데 이 석탑은 지금도 경기도 한 마을에 남아 있다고 해.
의리나 우정은 참으로 소중한 거지. 특히 젊은 시절엔 더 그런 것 같아. 단, 우정이나 의리는 소중한 만큼 행동으로 보여 줄 때도 신중하고 가치있게 보여 주어야 해. 이를테면 잘못된 친구가 도덕적으로나 순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함께 하자고 권유할 때 같이 뛰어드는 것은 의리나 우정이라고는 할 수가 없어. 우정이란 아름답고 숭고하게 피어나는, 정말 가치있는 그런 것이어야 되어야하니까.


해피로그  ㆍ   이용약관  ㆍ   개인정보취급방침  ㆍ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ㆍ   후원FAQ  ㆍ   후원문의  ㆍ   사이트맵
주소 : (21006)인천광역시 계양구 황어로 134번길 28 (장기동 152-5)   고유번호 : 107-82-63302   이사장 : 이선구
전화 : 1600-4022 (02-780-5332~3)   팩스 : 02-780-5336   E-mail : loverice5333@naver.com
Copyright ⓒ 2017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