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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11/02 ~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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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구의 행복비타민 4219회차

2016.11.02(수)

         숲

                                김영남

어느 날 숲에 들어서서 보았다.
가난한 영혼들이 서식하는 모습을.

큰 나무는 작은 나무를 깔보지 않고
작은 나무는 더 작은 나무에 군림하지 않았으며
외로운 마음은 외로운 마음들끼리
울타리를 치지 않고 살아가는 마을을.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아랫집에서 윗집으로 받아올리는 웃음소리가 있고
윗집에서 아랫집으로 받아내리는 눈물소리가 있다.
그리고 함께 쓰러졌다 일어서는 합창소리가 들린다.

아, 그 숲에 발 딛고 있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우리 숲에서는 누가 그 아름다운 합창소리를 쫓아버렸는가.
자작나무는 자작나무끼리
대나무는 대나무끼리 모이게만 하였는가.

어느 날 숲에 들어서서 보았다.
우릴 부끄럽게 하는 어깨를.
숨 쉬는 푸른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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