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惡)이 가뭄에게 명령했다. “이봐, 가뭄! 지금부터 온 세상의 모든 물 근원을 말려버려라.” 악의 명령이 떨어지자 가뭄은 세상 곳곳을 휩쓸고 다녔다. 그러자 모든 땅은 말라서 갈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계곡의 물과 샘조차도 말라 버렸다. 사람들은 그 어디에서도 물을 얻을 수가 없었다. 선이 나름대로 노력을 해 보았지만 악의 힘은 의외로 강했다. 절망에 빠져있는 선(善)에게 악이 찾아왔다. “어때, 너도 보다시피 너는 나에게 졌어.” “아직 포기할 수 없어. 혹시 그 어딘가에 마르지 않는 물이 있을지도 몰라.” “마르지 않는 물이 있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온 세상은 지금 가뭄으로 폐허가 되었다고. 만약 에 소망대로 마르지 않는 물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 가뭄의 저주를 풀어주겠다.” 악은 선을 데리고 가뭄으로 황량해진 세상을 보여 주었다. 악의 말대로 정말 세상은 바짝 말라 있었다. 그 어디에도 물은 보이지 않았다. 선은 악과 함께 울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아기를 품에 안고 마당에서 울부짖고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하나님, 우리 아기가 가뭄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살려주세요.……” 그 순간 선과 악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냐하면 부르짖는 여인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선이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악에게 말했다. “네가 아무리 이 세상의 물을 다 없애버려도 이 여인의 눈물을 마르게 할 수는 없어…….” 그러자 악은 가뭄의 저주를 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