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인 그가 어디론가 떠나려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왜, 떠나려고 하십니까?” “봄이 오기 전에 가야지요.” “그래도 이렇게 쓸쓸히 떠나시면 서운해서 어떡해요.” 그는 문을 나서기 전 살짝 미소를 보여주며 말했다. “머뭇거리면 추하게만 보일 뿐이지요.”
언젠가 그가 찾아왔을 때 짜증을 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이렇게 떠날 줄 알았으면 좀 더 잘해 주는 거였는데······. 이제 그는 가고 그가 떠난 지리에는 앙상한 나무만이 찬바람을 맞고 있다. 오늘도 이렇게 시리도록 아쉬운 건 그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아 ,이제 다시는 그를 만날 수 없지만 그가 남기고 간 겨울을 사랑하고 싶다. 앙상한 나뭇가지, 외로이 떠도는 바람, 그리고 굴뚝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들... 이 모든 것들 속에 그의 자취가 남아 있다. 쓸쓸히 떠난 겨울의 뒷모습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