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혀를 날름거리며 보기에도 징그러운 뱀이 열심히 꿀을 모으고 있는 벌을 찾아왔다. “어이, 친구! 잘 지내는가?” 하지만 벌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할 뿐이었다. 뱀은 능청을 떨며 말했다. “이봐, 왜 그래? 자네와 난 공통점이 있지 않은가. 그러지 말고 우리 친하게 지네도록 하세.” “뭐라고, 너와 내가 닮은 게 있다고?” “물론이지. 자네와 내게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는 침과 독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린 같다는 거야.” 그러자 벌이 한심스럽다는 듯 뱀을 쳐다보았다. “그런 어리석은 말 하지 마! 나는 내 목숨을 내 놓고 침을 일생에 단 한 번 사용하지만 너는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을 물어대잖아. 그런데 어떻게 너와 내가 같을 수 있다는 거야?” 뱀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웃기지 마! 한 번이든 열 번이든 상처를 입히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겠어?” 그러자 벌은“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횟수가 아니라 생명에 대한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너는 생명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고 있지 못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남에게 해를 입힐 때는 자신의 생명을 내 놓을 만큼 절박한 상황 이어야해. 네가 죽지 않는다고 남에게 독을 남용하는 것은 죄악이야.”라고 간사한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뱀을 등지며 벌이 말했다. “남이 죽을 때 나도 같이 죽는다는 것을 알 때 진정한 생명의 가치를 알게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