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바다를 둘러 선 산들이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고운 붉은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넋을 잃고 그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불’이 ‘노을’에게 투덜대며 말했다. “나도 모든 것을 붉게 만들 수 있는데. 왜 사람들은 나에게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 거지?”고운 목소리로 노을이 불에게 말했다. “너의 말처럼 너도 모든 것을 붉게 만들 수 있지. 하지만 너와 나는 다른 점이 있단다.” “다르다니, 그게 뭐지?” 노을이 그의 주변에 있는 산과 하늘과 바다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너의 색을 내기 위해서 다른 것들을 희생시키지만, 나는 결코 그들의 색을 빼앗지 않아. 내가 돌아가고 나면 저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색깔을 드러낼 거야. 불아, 네 속에 저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니? 나는 저들을 사랑한단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상대의 모습과 색깔을 파괴하지 않는거야, 그것은 사랑하는 마음에서 오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