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흔들리는 갈대의 마음

가냘픈 허리와 늘씬한 몸매로 뭇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갈대에게 바람과 달이 찾아왔다. 먼저, 멋지게 옷자락을 휘날리며 바람이 갈대에게 청혼을 했다.
“이 세상에서 나처럼 박력 있는 남자는 없을 겁니다. 남자는 자고로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지요. 갈대 아가씨, 저와 결혼해 주세요!”
갈대는 바람의 호탕한 성격에 반했다.
"그래 남자는 저 정도의 매력은 있어야 돼!”
갈대의 마음이 바람 쪽으로 흔들리자 달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당신은 박력이 있어서 멋있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결혼상대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결혼을 하면 가정에 충실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닐 게 뻔합니다. 갈대 아가씨, 바람한테 현혹되지 말고 저와 결혼해 주세요! 남자는 저처럼 자상한 면이 있어야 합니다. 비록 저는 박력은 없지만 당신을 언제나 포근하게 품어줄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있답니다.”
달의 말을 들으니 그 말도 옳은 것 같았다.
“두 분의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마음이 정해지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갈대는 낮에는 불어오는 바람결에,
밤에는 은은한 달빛에 젖어,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