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어머니에 대한 회한, 한두 개 쯤 품고 있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특별히 우리 세대의 어머니들은 대부분 너무 가난해서 먹고 살기에 바빴으니 배움이나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참으로 불쌍한 한 평생을 보내셔야 했다. 그래서 더욱 어머니에 대한 회상은 가슴 시린 이야기가 된다. 어머니, 그 단어가 주는 깊고 따뜻한 이미지는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들의 의식 속에서 존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누구의 '어머니'라도 이야기 꺼리가 있고 아쉬움이 남을 뿐 아니라 잘못한 것들에 대한 송구함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머니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평소에 소원하던 어느 폭력조직에 들어가게 된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은 물, 불을 가리지 않고 충성을 다한 결과 이제 2인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데 어느 날, 보스가 그를 불렀다. “네가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가늠할 마지막 과제가 하나 있다. 몹시 어려운 일인데 할 수 있겠나?” “네 시켜만 주십시오. 어떤 일이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보스는 그에게 충성의 표시로 “그럼 너의 어머니 심장을 꺼내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2인자의 자리에 혈안이 되어있던 그 아들에게 어머니의 심장은 다만 출세에 필요한 수단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목표하는 제 2인자로서 출세하기 위해 어머니를 싸늘한 주검으로 남겨둔 채 심장을 들고 보스에게로 뛰어가고 있었다. 어서 가서 그 조직의 2인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는 돌 뿌리에 채여 넘어지고 말았다. 그때 땅바닥에 떨어진 어머니의 심장이 말하는 것이었다. “얘야! 다친데는 없니? 그러게 내가 천천히 다니라고 일렀잖니?”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몇 달 은혜를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함민복의 "성선설" >
하나님께서 손가락을 열 개로 만드신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몇 달의 은혜 끝에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시는지 알게 하려는 것인지 모른다는 시인의 시구가 마음속 깊은 곳에 머문다. 이 시를 소개하는 시인, 김선우는 '열 개의 뿌리를 닮은 손의 기억이여, 날카로운 손가락 끝에 꽃을 매달아주는 은혜라는 말을 알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는가' 라고 화답한다. '어머니, 그 위대한 이름 앞에 누가 있어 수식어를 달 수 있을까? 어머니의 은혜,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 넓음과 깊음, 그 어머니가 오늘 너무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