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늙는가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젊은이가 있었다. 젊은이는 도대체 인생이란 무엇이고, 행복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마을을 산책하다가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한 노인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에게 다가갔다. ‘저 노인이라면 인생 경험이 풍부할 테니 내가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 명쾌한 답을 해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미안하네. 나는 아직 인생을 덜 살았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 답을 줄 수가 없네. 하지만 우리 둘째 형님이라면 나보다 오래 사셨으니 답을 해줄지도 모르지.” 젊은이는 노인의 둘째 형님을 찾아갔다. 집 앞에 이르러 대문을 두드리니 아까 길에 본 노인보다 젊은 노인이 나오는 게 아닌가. 젊은이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여기 주인어른을 뵙고자 찾아왔습니다. 지금 집에 계신가요?” “내가 이 집 주인이오만…….” “예? 아니, 어떻게 형님 분이 더 젊으신가요?” 노인은 그저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 노인이 둘째 형님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자 젊은이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노인이 대답했다. “나도 아직 인생을 덜 살았기 때문에 뭐라고 해줄 말이 없구먼. 나보다는 우리 큰형님을 한번 만나보게. 아마 그분이라면 대답을 주실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젊은이는 다시 큰형님이라는 노인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큰형님이라는 노인이 두 동생들보다 훨씬 젊다는 것이었다. ‘내가 귀신에 홀렸나? 어떻게 나이가 많을수록 더 젊을 수가 있지?’ 젊은이는 이상하게 여겨 노인에게 물었다. “참 이상하군요. 저는 방금 두 아우님들을 만나고 오는 길인데 어찌해서 형님이라는 분들이 더 젊을 수가 있죠?” 그러자 노인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허허,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아주 복잡하다네.” “그래도 왜 그런지 몹시 궁금하니 들려주시지요.” “이야기를 하자면 길어질 테니, 내가 행동으로 보여줌세.” 노인은 젊은이에게 안으로 들어오라 일렀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여보! 우리 집에 손님이 찾아오셨소. 잘 익은 수박 한 통만 내오시오.” 그러자 큰형님의 아내는 잘 익은 수박 한 덩이를 들고 나와 탁자 위에 공손히 올려놓았다. 그런데 아내가 칼로 수박을 자르려고 하자 노인이 말했다. “이 수박은 잘 익은 것 같지 않으니 다른 수박으로 바꿔오시오.” “예, 알았어요.” 아내는 일절 군소리 없이 가져왔던 수박을 들고 나갔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수박 한 덩이를 들고 와 탁자 위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그러자 큰형님은 또 수박이 잘 익지 않은 것 같다며 다른 것으로 바꿔오라고 했다. 아내는 다시 공손히 대답하며 수박을 바꿔왔다. 그러기를 수십 번 반복한 끝에 비로소 큰형님은 수박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큰형님 집에는 수박이 단 한 통밖에 없었다. 즉, 큰형님의 아내는 수박 한 통을 가지고 부엌과 거실 사이를 들락날락했던 것이다.
수박을 다 먹은 뒤 큰형님은 젊은이를 데리고 첫째 아우의 집으로 갔다. 아우는 형님을 반갑게 맞이하며 아내를 불렀다. “여보, 형님이 오셨네. 잘 익은 수박 한 통 내오시구려.” 그러자 아우의 아내는 조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알았어요. 기다려요.” 잠시 후 아내가 수박을 갖고 나오자 아우가 말했다. “여보, 이 수박은 잘 익은 것 같지 않으니 다른 수박을 내오구려.” 아내는 남편의 말에 아까보다 더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다른 수박으로 바꿔왔다. 아내가 수박을 바꿔오자 이번에도 남편은 다시 다른 것으로 바꿔오라고 했다. 그러기를 열 번 정도 거듭하자 아내가 화를 내며 말했다. “도대체 몇 번이나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거예요? 이제 더 이상은 못하겠으니 드시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젊은이가 부엌으로 가보니 그곳에는 모두 열통의 수박이 있었다.
큰형님은 다시 젊은이를 데리고 둘째 아우의 집으로 갔다. 젊은이가 처음 길에서 만난 그 노인의 집이었다. 둘째 아우 역시 큰형님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에게 잘 익은 수박 한 통을 내오라고 했다. 아우의 아내는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마지못해 수박 한 통을 들고 와 탁자 위에 턱하니 올려놓고 나가버렸다. 아내의 불순한 행동에 아우는 신경질을 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 행동이 왜 그렇소? 큰형님이 손님까지 모시고 오셨는데 말이오!” 남편의 질타에 아내도지지 않고 화를 내며 대꾸했다. “수박을 갖다 달래서 갖다 주었는데 왜 소리를 치고 난리예요?” 아우는 얼굴이 벌게진 채 더욱 소리 높여 외쳤다. “이 수박은 너무 오래된 것 같으니 싱싱한 것으로 당장 바꿔오시오!” 하지만 아내는 팔짱을 낀 채 꼼짝하지 않았다. “흥! 먹을 사람이 갖다 먹어요. 수박은 부엌에 잔뜩 쌓여 있으니.” 부엌에 가보니 정말 큼지막한 수박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막내가 세 형제 중 가장 부자였기 때문에 먹을 것은 두 형들보다 풍족했던 것이다. 둘째 아우의집을 나서며 큰형님이 젊은이에게 말했다. “이제 알겠나? 내가 왜 내 아우들보다 젊은지를…….” 젊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얼마나 늙느냐는 흐르는 세월이 아니라 부부가 얼마나 화목하고 행복하게 사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