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며, 불은 위로 치솟는 것이 자연스런 성질입니다. 또한 나무는 구부러지는 것이 자연성이요, 쇠붙이는 단단한 것이 자연성이요, 흙은 곡식을 심는 것이 이 세상의 자연성입니다. 동물은 생로병사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사람도 이 천지의 자연 속에서 태어나서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생로병사로 지낸다면 다른 동물들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오행이 모두 갖춰져 있고 만물 속에 스스로 행동하여 소천지라 하는 것이니, 자연 속에서 부자연함 없이 천지의 궤도 그대로 걷는 것이 사람 된 도리입니다.
그러니 만물이 생동하는 대자연의 궤도는 천지와 같이 가자면 무엇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요? 태어난 그대로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다면 금수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 짐승을 면하기 위해서는 천지의 궤도와 대자연을 본받아서 성인이 하신 말씀을 배우고 몸소 체험해서, 위로는 하늘의 형상을 살피고 아래로는 땅의 이치에 통달하며, 가운데로는 사람의 일을 살펴서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할 도리를 하는 것이 참으로 사람된 의무이며 책임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쉬지 않고 노력하면 바로 현자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항상 즐거워하되 겸손해야 하며, 침착하고 용감하되 지나치게 모험해서는 안 됩니다. 의복을 단정히 해야 하며, 까닭없이 남을 의심하지 말며, 확실한 근거 없이 믿어서도 안 됩니다. 또한 모든 사람의 의견에 경솔히 따라서는 안 되며, 자기를 과신한 나머지 자기의 의견만을 고집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인간됨의 도리이며 군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