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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9회]한 번 더 포옹을 (11/27 ~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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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포옹을

 

중환자실의 간호사로 여러 해 동안 일해 왔기 때문에 나는 그 남자 환자가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었다. 움직임도 없고, 숨소리조차 미약했으며, 온갖 주사 용액으로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환자 기록표를 훑어보면서 나는 그가 더 이상 치료약에 아무 반응도 보이고 있지 안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그는 지금 이곳 중환자실에 누워 있으며, 육체가 영원한 휴식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의 침대 곁으로 걸어갔다. 한 인생의 마지막 여정과, 그에게 투여되는 무의미한 약물들, 생명을 유지해 주는 것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순서대로 링거 주사관에 표시를 해 나갔다. 어떤 병의 주사약이 어떤 팔로 주입되고 있는가를 쉽게 알기 위해서였다.

 

생각에 잠겨 있느라 나는 한 여자가 걸어 들어오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그녀는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을 채 신속히 침대 곁으로 걸어가더니 몸을 굽혀 그 남자 환자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순간 나는 매우 사적인 관계에 끼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오로지 환자에게만 눈길을 준 채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무슨 변화가 있나요?" 내가 대답했다."변화가 있으면 저도 좋겠어요."

나는 그녀가 침대 옆 의자에 앉으며 그의 한 손을 움켜쥐는 것을 보았다. 그의 아무 반응 없는 얼굴에서 잠시도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물었다. "서로 껴안아 보신 적이 얼마나 오래됐나요?"

남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너무도 극진했기 때문에 내 질문은 결코 무례한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당연한 질문이었다.

그녀는 이미 눈물 골이 패인 것 같은 얼굴에 또다시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아주 오래됐지요. 너무도 갑작스런 일이었어요. 그렇게 빨리 심장마비가 올줄은...."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한 채 좀 더 가까이 병상으로 다가앉으며 흐느낌이 더해 갔다.

내가 물었다. "남편은 다시 한 번 껴안고 싶지 않으세요? 두 팔로 남편을 껴안아 보고 싶으시죠?" 처음으로 그녀는 날 쳐다보았다. 호기심에 찬, 희망에 찬, 그리고 약간은 어색해 하는 그런 표정이었다. 흐느낌이 멎고 그녀가 대답했다.

"믈론이에요. 우리가 한 번 더 껴안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재빨리 병상으로 다가가 복잡하게 늘어진 주사관과 기계장치들을 정리한 다음 그녀에게 손짓을 했다. 그녀는 머뭇거리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런 다음 그녀는 내 도움을 받으며 남편이 누워 있는 좁은 침대 옆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가 어색해졌다. 난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를 방해하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나 다름없었다. 난 얼른 등을 돌리고 그 작은 병상 둘레에 커튼을 쳤다.

둘만의 공간에 그들을 있게 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간호사로서 나머지 할 일을 열심히 하는 동안, 나는 그녀가 남편에게 부드러운 말로 속삭이고, 남편에게 용기를 주고, 자신에게도 용기를 주며, 그녀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게도 용기를 주는 그런 말을 속삭이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주사용액이 떨어지는 속도를 재조정하기 위해 몸을 돌린 순간 난 그녀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남편의 뺨을 어루만지고 그녀의 입술이 부드럽게 남자의 뺨에 입을 맞추는 걸 보았다.

나는 굳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가 남편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껴안고 있는 사이에 잠시후 남편의 영혼은 먼 여행을 떠났다.

난 한 번 더 그녀를 껴안아 위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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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구의 행복비타민  |  운영인  이 선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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