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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4회]우리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12/02 ~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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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아버지와 함께 작은 토지를 가지고 농사를 짓는 청년이 있었다. 1년에 몇 차례씩 그들은 농작물을 소달구지에 싣고 근처 도시로 가서 내다 팔곤 했다. 한 식구이며 토지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점 외에 이 아버지와 아들은 거의 닮은 점이 없었다. 노인은 매사를 천천히, 그리고 순리에 따라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반면에 청년은 대체로 늘 서두르는 편이었다. 언제나 더 빨리, 더 많이 갖겠다는 성격이었다.

어느 화창한 이른 아침, 그들은 소달구지에 농작물을 가득 싣고 먼길을 떠났다. 이들은 자신들이 밤낮 없이 걷는다면 이튿날 아침 일찍 시장에 도착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그래서 그는 막대기로 소를 채찍질하면서 계속해서 더 빨리 걷도록 재촉했다. 노인이 말했다. "천천히 가자, 아들아. 오래 걸어야 하니까."

아들이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가 남들보다 일찍 시장에 도착하면 더 좋은 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아버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모자를 눈썹 밑까지 눌러쓰고 소달구지 위에 누워 잠이 들었다. 청년은 초조하고 짜증이 나서 더 빨리 걷도록 소를 채찍질했다. 하지만 소는 고집 센 발걸음을 좀처럼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네 시간 동안 10킬로미터 정도를 걸어서 그들은 작은집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잠에서 깨어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삼촌네 집인데, 잠시 들러서 인사라도 하고 가자." 성질 급한 청년이 불평을 터뜨렸다. "하지만 우린 이미 한 시간이나 늦었어요."

아버지가 천천히 말했다.

"그럼 몇 분 더 늦는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겠구나. 네 삼촌과 나는 이렇게 가까이 살면서도 거의 만날 기회가 없었지 않니."

두 노인이 반가워하며 한 시간이 넘도록 얘기를 주고받는 동안 청년은 안절부절못하며 서성거렸다. 다시 출발했을 때는 아버지가 소를 몰 차례였다. 두가래 길에 왔을 때 아버지는 소를 오른쪽 길로 몰았다. 아들이 소리쳤다."아버지, 왼쪽이 지름길이에요!"

노인이 말했다."나도 안다. 하지만 이 길이 경치가 더 좋아."

청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버진 시간 개념이 전혀 없으세요?"

"나야말로 시간 개념이 철저한 사람이다. 그래서 매순간 충분히 아름다움을 즐기려는 것이야." 구불구불한 길은 아름다운 초원과 야생화들, 그리고 잔물결 이는 시냇물들을 따라 계속 이어졌다.

 

아들은 속이 끓어 풍경을 감상할 여유가 업었다. 그는 그날의 황혼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조차도 눈치 채지 못했다. 땅거미가 질 무렵 그들은 온갖 꽃들이 만발한 넓은 초원지대에 도착했다. 노인은 풀꽃 향기를 맡으며 재잘거리는 물소리를 듣고는 소를 멈추었다. 그는 달구지에서 내리며 말했다.

"여기서 오늘밤을 지내고 가자꾸나."

아들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전 이제 앞으로는 아버지와 함께 시장에 가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는 돈을 버는 일보다 저녁노을 같은 것이나 감상하고, 꽃냄새 맞는 데만 더 관심이 있을 뿐예요." 아버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너 모처럼 옳은 소릴 하는구나."

몇 분도 안 돼 노인은 코를 골기 시작했다. 청년은 별들을 노려보며 웅크리고 앉았다. 밤은 매우 천천히 흐르고, 아들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태양이 뜨기도 전에 아들은 아버지를 흔들어 깨웠다. 그들은 다시 달구지를 몰고 길을 떠났다. 1킬로미터쯤 갔을 때 그들은 다른 농부를 만났다. 처음 만나는 초면의 농부였다. 농부는 웅덩이에 수레가 빠져 애를 먹고 있었다. 노인이 아들에게 말했다.

"내려서 좀 거들어 줘야겠다."

청년이 투덜거렸다."또다시 시간을 낭비하잔 말예요?"

"아들아, 좀 편안하게 생각하거라. 너도 언젠가는 웅덩이에 수레가 빠질 수 있어. 곤란에 처한 사람을 보면 돕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걸 잊으면 안 돼." 청년은 화가 나서 시선을 돌렸다.

 

농부의 수레를 웅덩이에서 꺼내 주었을 때는 이미 아침 8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갑자기 거대한 섬광이 하늘에 번쩍이더니 천둥 같은 소리가 뒤따랐다. 산 너머에는 하늘이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노인이 말했다.

"도시에 큰비가 내리는 모양이구나."

아들이 불평을 했다.

"만일 우리가 서둘렀다면 지금쯤 농작물을 다 팔았을 거예요." 노인은 부드럽게 타일렀다.

"마음을 편안히 가져라. 한두 해 농사짓고 말 일이 아니잖니. 네 인생을 더 많이 즐기는 게 중요하다."

오후 늦게서야 그들은 산등성이에 올라 겨우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지점에 이르렀다. 그들은 그곳에 멈춰 서서 오랫동안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두 사람 다 아무 말이 없었다. 마침내 청년이 아버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하신 말씀의 의미를 이제 알겠어요."

그들은 수레를 되돌려 한때 히로시마라고 불리던 도시를 등지고 천천히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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