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더 빨리 늙는다.(노화와 치아 건강)

사람들이 갑자기 자신이 늙는다는 생각을 할 때는 두 가지 사건을 경험한 후다. 즉 노안이 생겨 잘 보이던 신문이 갑자기 안보일 때와 치아가 갑자기 시큰거리거나 빠져서 잘 씹지를 못하게 될 때이다.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갑자기 늙음을 자각하게 되고 정신적으로 위축하게 된다.

노안인 경우는 돋보기안경으로 쉽게 해결이 되지만,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정신적인 충격은 더 심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이 들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점은 구강 건강 상태를 잘 관리 하여 늙어서도 가능한 많은 치아를 보유하는 것이다.

치아가 빠지면 씹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구강 인근 조직과 장기의 균형도 깨진다. 치아가 없는 환자는 얼굴 형태가 변하고 입 주위 근육이 오그라들어서 외모가 원래의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인다. 이러한 외모의 변화는 당사자에게 정신적인 위축과 자신감 상실로 인하여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빨리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턱관절 조직에도 영향을 주어서 턱관절 운동을 변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두뇌 세포에까지 영향을 주어서 치매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 치아는 날마다 혹사를 당하는 장기다. 하루 세 끼 식사를 할 때 치아가 부담해야 하는 압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크기다. 우리의 구강조직은 그러한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잘 설계되어 있다. 치아의 바깥쪽을 싸고 있는 입 주위 근육과 치아의 안쪽에 위치한 혀가 치아를 지지해 줌으로서 압력을 견디게 한다. 또한, 인근 치아들이 서로 지지를 해줌으로써 음식을 씹을 때 치아가 받는 과도한 압력을 분산해 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장기들은 힘의 균형을 유지하여 치아의 유지를 돕고 있다.

그러나 치아를 빼게 되면 힘의 균형이 갑자기 깨져서 인접 치아가 과도한 압력을 받게 되므로 전체적인 힘의 균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다. 따라서 치아 한 개를 뽑는 것은 치아 한 개를 상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강조직 전체에 위해를 가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은 치아가 여러 개 있기 때문에 하나 정도는 없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치과의사에게 치아를 빼달라고 요구를 쉽게 한다. 치아를 뺄 때는 신중히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뺄 때는 가능한 한 빨리 치아를 해 넣어서 인접 치아에 가해지는 힘을 줄여주어야 한다.

사람의 치아는 사랑니를 포함하면 32개이나, 사랑니의 경우 씹는데 크게 도움을 안 주기 때문에 사랑니를 뺀 28개 치아가 있으면 건강한 상태로 간주한다. 나이가 들수록 치아를 빼는 경우가 증가하는데, 일반적으로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 시기에 치아를 빼는 경우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이 연령대에는 신체적인 노화와 구강조직의 노화가 급격하게 진행된다. 따라서 40대 후반의 구강 조직의 노화로 인한 치아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30대부터 구강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늙어서까지 28개의 치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한 일이나 노인의 경우 20개의 치아만 유지하여도 건강관리에 성공한 편이다.

권호근/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 교수 [출처: 건강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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