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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03/25 ~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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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나비를 좋아한 어떤 사람이 있었다. 어린 소년이었을 때부터 그는 나비를 좋아했다. 그렇다고 나비 채집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나비를 채집해 박제로 만들어 두는 것은 그의 취미가 아니었다. 그 대신 그는 나비의 생김새가 나는 모습에 이끌리곤 했다. 공중을 펄럭이며 날아가는 나비는 그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한 번은 몸이 아파 학교도 못 가고 한동안 집에 누워 지낸 적이 있었다. 어느 날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나비 한 마리가 마당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어느새 봄이었던 것이다. 나비의 유연하고 생명력 있는 날갯짓을 보는 순간 소년은 놀랍게도 병이 나아 있었다. 이 기억은 그를 더욱 나비에게로 이끌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는 차츰 나비에게서 멀어졌다. 나비를 생각하는 대신 많은 세상일들이 그의 관심을 빼앗았다. 이제 그는 회사를 다니고,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두었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그는 길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발견했다. 누가 부러뜨렸는지 길가에 있는 나무에서 잔가지 하나가 떨어져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그 잔가지가 아니라 거기에 매달려 있는 나비의 고치집이었다. 작고 흰 고치집 하나가 다행히 상처를 입지 않고 아직도 나뭇가지에 단단히 붙어 있었다. 그는 나뭇가지에서 고치집이 매달려 있는 줄기를 떼어냈다. 그리고 손수건을 거내 그것을 다치지 않게 잘 감싼 뒤 집으로 가져왔다.

주둥이가 큰 유리병에 고치집을 넣은 뒤, 그는 아이가 만지지 못하도록 유리병을 책상 위 선반에 올려놓았다. 그 후 날마다 집에 돌아오면 나비의 고치집부터 살피는 것이 그의 습관이 되었다. 아내는 처음엔 관심을 보였지만 곧 흥미를 잃었다. 하지만 그는 틈나는 대로 유리병으로 다가가 무슨 변화가 있는가를 살폈다. 나비를 좋아하던 어릴 적 꿈이 되살아났던 것이다.

일주일쯤 지난 어느 일요일, 얼핏 보면 알 수 없는 미세한 변화가 고치집에 일어났다. 명주실로 된 한쪽 끝이 조금씩 투명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약간씩 고치집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더 자세히 유리병을 들여다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고치집은 나뭇가지에 단단히 달라붙은 채로 있었으며, 고치집을 떼고 나비가 나타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비는 고치집에서 나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빈틈없이 짜여진 고치집은 연약한 어린 나비가 뚫고 나오기엔 너무도 단단하게 여겨졌다. 마침내 고치집이 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아직도 나비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을 때, 그는 나비가 힘이 빠져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유리병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서랍에서 잘 드는 연필 깎는 칼을 꺼냈다. 그리고 유리병 안으로 손을 넣어 나비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고치집 한 귀퉁이를 칼로 잘라 주었다. 갑자기 생겨난 구멍을 비집고 나비는 거의 즉각적으로 한쪽 날개를 내밀더니 뒤이어 다른쪽 날개도 고치집 밖으로 내밀었다. 나비는 드디어 자유를 얻은 것이다.

고치집 밖으로 나온 나비는 자유를 누리려는 듯 분주히 유리병 안을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주둥이를 타고 밖으로 기어나왔다. 그는 나비가 날아갈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나비는 전혀 날아오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날개가 마르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잠시 책상 위를 기어다니던 나비는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가 놀라서 지켜보는 사이에 나비는 가늘게 몸을 떨다가 이내 죽고 말았다. 훗날 그는 이웃에 사는 과학 교사를 통해 비로소 생존의 힘과 날갯짓할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비가 자유를 획득하는 데 필요했던 노력의 시간과 기다림의 순간들을 이해하지 못한 그의 성급함이 결국 나비를 죽게 했던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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