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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와 청소하는 여자 (04/23 ~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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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와 청소하는 여자

 

 

퍼스트 내셔널 뱅크 빌딩 3층에 백만장자가 사무실을 갖고 있었다. 그는 사무실에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올 때는 계단을 이용했다. 한때는 가난했지만 이제 세계정상에 오른 그는 오만하고 도도한 사람이었다.

그는 정기적으로 매달 첫째 날에 사무실 임대료를 냈다. 하지만 그는 엘리베이터를 움직이거나 복도 옆에 높이 매달린 유리창을 닦고 보일러실을 관리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그런 사람들이 그 빌딩에 있는지조차 그는 의식하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어도 그들 중 누구에게 팁을 주거나 선물을 준 적이 없었다.

그 건물에는 복도와 계단을 닦는 가난한 여자가 있었다. 백만장자는 계단을 내려갈 때 종종 그녀 옆을 지나가기도 했지만 한 번도 그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았다. 높이 고개를 쳐들고 더 많은 사업에 대해 생각하느라 주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느 날 그는 사무실을 나와 계단을 걸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청소하는 여자는 층계 중간쯤에 있었다. 위에서부터 아래쪽으로 그녀는 퍼스트 내셔널 뱅크 건물의 계단을 닦아 내려가는 중이었다. 계단 맨 위쪽에 아직 물기가 남아 있고, 그곳에 네모난 크기의 노란 비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백만장자가 그만 그 비누를 밟고 말았다. 비누 위에 얹힌 그의 발이 해 뜨는 동쪽을 향해 올라가고 다른 쪽 발은 해 지는 서쪽으로 벌어졌다. 백만장자는 엉겹결에 계단 첫 칸에 주저앉았지만 마음먹은 대로 거기서 멈춰지지 않았다.

애초에 아래로 내려가려 했었기 때문에 몸의 중심이 이미 아래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 결과 그는 계단을 내려가긴 했지만,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북을 치는 것처럼 계단마다 쿵쿵쿵 엉덩방아를 찧으며 내려갔다. 그리고 청소하는 여자는 그가 내려갈 수 있도록 두 손을 모으고 옆으로 공손히 비켜서 있었다.

 

맨 아래 계단까지 미끄러져 내려간 그는 벌떡 일어나 사무실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래서 빌딩 관리실로 전화를 걸어 청소하는 여자를 당장 해고하라고 호통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자기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자빠진 이야기가 건물 전체에 퍼지리자는 걸 그는 알았다. 그래서 그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그는 청소하는 여자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었고, 조심스럽게 그녀 옆을 지나갔다. 왜냐하면 누구도 다른 인간 존재를 무시할 만큼 그렇게 높거나 우월하지는 않으니까. 또 아주 평범한 청소하는 여자와 쓰다 남은 아주 평범한 노란 비누 하나가 사업상의 문제로 골똘한 백만장자의 마음을 순식간에 되돌려 놓았으니까

 

인천광역시 계양구 황어로134번길 28 

이선구의 행복비타민  |  운영인  이 선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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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 winjoy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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