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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슈바이처 (05/21 ~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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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슈바이처

 

17살 때 알버트 슈바이처의생명의 외경을 읽고, 그해 여름에 나는 개미조차도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어 다녔다. 모기가 팔뚝에 앉아 피를 빨아먹어도 꾹 참았다.

슈바이처가 쓴(역사 속의 예수를 찾아서)라는 책은 내게 훨씬 더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 책 덕분에 예수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 기꺼이 자신을 내던져 목숨을 바쳐서까지 바퀴를 멈추게 한 정신적 영웅으로 내게 다가왔다. 예수는 우리 인류가 미래의 구원을 끝없이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기를 바랬다. 또 하늘나라가 지금 우리 안에 있으며, 그것은 약속이 아니라 하나의 사실임을 깨닫기를 원했다.

슈바이처의 저서를 읽은 다음부터 나는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습관을 들였다.

"잠에서 깨어나야 해. 정신을 차려야지. 넌 지금 하늘나라에 있어." 덕분에 나는 점점 더 자주 하늘나라에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슈바이처가 쓴 바흐에 대한 3편의 논문을 읽은 다음부터는 록펠러 성당 안의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바흐의 곡을 들을 때면 더욱더 하늘나라에 있을 수가 있었다.

내가 슈바이처와 바흐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성당의 신부님은 슈바이처가 말년에 시카고 대학을 방문했을 때 나를 그의 프랑스어 통역관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슈바이처는 헐렁한 검은 양복에 굽 높은 구두를 신고, 가늘고 짧은 넥타이를 메고 있었다. 모두가 원했듯이 나 역시 슈바이처가 우리를 위해 오르간을 연주해 주었으면 하고 희망했다. 하지만 노란 수염에 등이 굽은 이 늙은 의사는 연주회를 갖기에는 자신의 손가락이 너무 녹슬었다고 사양했다. 그 대신 그는 혼자서 오르간 앞에서 한두 시간 보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어느 날 밤 나는 슈바이처를 록펠러 성당으로 안내했다. 그가 신부님의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나는 단 위에 불을 켜기 위해 먼저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새 소문이 퍼진 모양이었다. 신도들이 앉는 자리는 이미 수백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성가대석까지 만원이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당장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모두가 조용히 하겠다면서 한 번만 봐달라고 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황급히 근처에 있는 인터폰으로 달려가 신부님을 찾았다. 신부님이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슈바이처 박사님은 눈도 거의 안 보이고 귀도 반쯤 들리지 않으니,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실 겁니다."

나는 성당 안에 모인 사람들에게 반드시 침묵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받아냈다. 그런 다음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슈바이처를 제단 뒤의 장식 벽을 따라 오르간이 놓인 곳으로 안내했다. 그는 의자를 한두 번 두들겨 보더니 나더러 옆에 와서 앉으라고 말했다.

이 오르간은 네 개의 연주대를 갖고 있었으며, 화강암 벽이 울릴 정도의 굉장한 소리를 갖고 있었다. 유명한 음악가들이 이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것을 나도 몇 차례나 들은 적이 있었다.

 

슈바이처는 코안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103개의 건반 중에서 단지 몇 개만 갖고 연주를 시작했다. 동작이 느린 노인답게 그는 아주 단순하게 바흐의 파사칼리아와 푸가를 연주했다. 그의 굳은살 박힌 손가락들이 건반 위에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동안 나는 아프리가 람바레네에 있는 정글 병원의 오솔길들을 따라 발을 끌며 걸어다니는 슈바이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는 어떤 소절은 다시 또다시 반복해서 연주했다. 그 소절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한 번 연주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는 듯했다.

마침내 슈바이처는 연주를 끝내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내가 미처 붙잡을 새도 없이 성가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그는 뭔가를 느꼈는지 코안경 너머로 성가대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순간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슈바이처는 깜짝 놀라고,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슈바이처가 몹시 화를 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어린애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낄낄대며 웃더니 함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장난을 친 걸 알고서 그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십자가 앞에서 슈바이처는 마치 다윗 왕처럼 아주 우스꽝스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신발끈 하나가 풀어져 버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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