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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4회]갈비 두점 (01/31 ~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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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 두점

 

박대리는 오늘 퇴근 후 가족들을 데리고 외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결혼한 지 10년이나 되었지만 그동안 가족들을 데리고 외식한 횟수가 겨우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였다. 이는 물론 여유라곤 없는 빡빡한 생활 때문이기도 했지만 박대리 자신이 가족들에 대한 무심한 탓이 더 컸다. 더구나 애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난 이후 2,3년 동안은 더욱 그러했다. 애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가끔 목욕도 같이 가고 저녁식사 후 손잡고 산책도 하기도 하였으나 언제부터인가 목욕, 산책은 고사하고 심지어 어떤 날은 얼굴 한번 안보고 지나가는 날도 있었다. 언젠가 일요일 아침에 박대리는 애들에게 목욕을 같이 가자고 했더니 안 간다고 했을 때는 자꾸만 애들이 자신의 품 안에서 떠나는 것 같아 서글픈 생각마저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단지 이런 이유로 해서 박대리가 식구들과 함께 외식을 해야겠다고 갑자기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며칠 애의 생일이 미역국 한 그릇으로 지나갔고 또 어제는 학교에서 우등상을 받아가지고 왔었다. 그래서 박대리는 이런저런 연유로 가족사에 길이 남을 외식을 단행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박대리는 퇴근 무렵 집으로 전화를 했다. "나야, 애들 데리고 회사 앞으로 나와!" "......? 왜요?" 박대리의 아내는 의아한 듯 물었다. "오래간만에 같이 외식이나 할까 해서." "......? 알았어요." 박대리는 전화를 끊고 경리부에 들러 오전에 신청한 가불을 타가지고는 회사 앞 약속장소로 나갔다. '마누라도 가불한 것을 이해할 거야. 오늘 애들 갈비나 실컷 사줘야지.' 박대리가 한참을 기다려서야 식구들이 도착했다. "당신 돈 어디서 났수?" 박대리의 아내는 박대리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물었다. "이따 집에 가서 얘기해 줄게. 우선 애들 배 고플텐데 어디 가서 갈비나 먹자구." ".....갈비? 그게 얼마나 비싼데......그냥 자장면이나 한 그릇씩 먹으면 됐지. 당신 나 모르는 보너스 탔수?" 박대리는 아무 대꾸도 않고 눈에 띄는 갈비집으로 앞장서 들어갔다. "아줌마! 여기 갈비 4인분! 그리고 소주 한병도 줘요." "아줌마! 여기 3인분만 줘요. 돼지갈비로요." 박대리가 주문을 하자 옆에 앉아 있던 그의 아내가 다시 정정을 했다. "3인분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일려고 그래?" 박대리는 그의 아내에게 핀잔을 주었다. "나는 점심 먹은게 안 내려가서 안 먹을 거니까 걱정마슈. 그리고 이 돈 가지고 집에 가서 실컷 먹을 수 있는데 돈 아깝게시리 웬 외식이유?" 박대리의 아내는 벽에 붙은 가격표를 바라보며 푸념섞인 말을 하였다. "얘들아! 니 에미 말 신경 쓸 것 없다. 먹고 모자라면 더 시켜줄테니까 혁대 끄르구 맘놓고 먹어!" 박대리는 애들 쪽으로 익은 고기를 밀어주며 말했다.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말없이 먹기 시작했다. 박대리가 다 익은 고기를 애들 앞으로 밀어주면 애들은 그 고기를 엄마에게 밀어주고 그러면 그녀는 '깡소주만 마시지 말고 안주도 먹으라' 며 박대리에게 밀어주고..... 애꿎은 김치만 세 접시를 더 시켜 그들이 식사를 다 마쳤을 때도 고기판 위에는 타다못해 숯덩이가 된 고기 두 점이 남아 있었다. "고기 더 시켜줄까?" 박대리가 물었다. "많이 먹었어요." "저도 배가 부른걸요." 애들도 박대리 아내의 눈치를 보며 수저를 놓고 뒤로 물러앉았다. "그래요. 많이 먹었는데 이제 그만 집에 갑시다." 박대리의 아내가 먼저 일어서며 말했다. 박대리는 계산을 치르며 '아마 1인분만 시켰어도 고기는 남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놈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철들이 들었구만' 집에 돌아온 박대리는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다가 그만 자려고 자리를 펴고 누웠다. 그런데 아까 방을 나간 그의 아내는 뭘 하는지 아직도 들어오질 않고 있었다. '이 여편네가 기름만 골라 먹더니 설사를 하나?' 화장실에 있는 줄 알았던 박대리의 아내는 좁아터진 부엌에서 애들과 함께 선 채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아니, 밤중에 잠들 안 자고 뭐하는 거야?" 박대리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그들은 큰 양푼에다 찬밥에 김치를 잔뜩 넣고 비벼서 먹고 있었다. "당신도 드실려우?" 박대리의 아내는 멋적은 웃음을 띠며 그에게 숟가락을 건네주었다. 박대리는 아내가 건네준 숟가락을 얼떨결에 받아 쥐고는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얘들아! 엄마가 내일 삼겹살 구워줄게. 그리고 당신도 일찍 들어오구려. 소주 한병 사다놓을테니." 그러면서 박대리의 아내는 씩 웃었다. 그녀의 이빨 사이에 낀 고춧가루가 유난히 빨개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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