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1회] 햇볕이 되고 싶어요. (08/01 ~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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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구의 행복비타민 5221회차 | 2019.08.01(목) |
5221.햇볕이 되고 싶어요.
아직 바람이 찬 봄날, 밖에 나와 보니 대여섯 살 또래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여 앉은 아이들이 자기의 꿈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한 자락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아이가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있다.
"야, 너는 뭐가 될래?"
"그래, 빨리 정해라."
친구들이 지친 듯 쪼그리고 앉아 재촉하는데도 그 아이는 망설였다. 그때 내가 빙긋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빨리 말해라. 친구들이 기다리잖아."
그러자 머쓱해진 아이는 뭔가를 결심한 듯 벌떡 일어서더니 햇볕이 잘 드는 벽으로 뛰어가 기대어 섰다.
"난 햇볕이야. 너희들 모두 이리로 와봐." 나는 속으로 '허허, 제법이네'하며 그 아이를 힐끗 쳐다봤다. 어리둥절해하던 아이들도 모두 달려가 그 아이 옆에 섰다.
"와, 따뜻하다!" 하며 벽에 나란히 붙어 서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햇볕이 되고 싶어 한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우리 할머니가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데요, 할머니가 앉아 계신 곳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요."
그 아이는 잠깐 동안만 할머니를 비춰주고 금방 다른 데로 옮겨 가는 햇볕이 얄미웠단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햇볕이 되어 할머니를 하루 종일 따뜻하게 비춰 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꼭 안아주었는데 햇살을 가득 품은 것처럼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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