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50.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6550.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장대비 쏟아지던 날 밤, 주막집에 천둥 번개 치고 장대비가 퍼붓듯 쏟아지는데,
주막집 사립문 앞에서 누군가 울부짖는 사람이 있었다.
“영업 벌써 끝났소.”자다가 일어난 주모는 심술로 안방 문을 다시 쾅 닫아버린다.

그때 열두어 살 먹어 보이는 사동이 나와서 사립문을 열어보니, 한 사람이 흙담에 등을 기댄 채 질척거리는 흙바닥에 퍼질러 쓰러져 있었다. 고주망태가 된 술꾼인 줄 알았는데 술 냄새는 나지 않았다. 가시넝쿨 속을 헤멪는지 옷은 찢어졌고 삿갓은 벗겨졌고 도롱이는 비에 흠뻑 젖어 있으나 마나다.

사동이가 그를 부축하며 뒤뜰 굴뚝 옆에 붙어 있는 자신의 쪽방으로 데려갔다.
내일이 장날이라 장사꾼들이 빼곡하게 새우잠을 자는 객방에는 자리가 없었을뿐더러 흙투성이가 된 사람을 방에 들이게 할 수도 없었다.

사동이는 반평도 안 되는 자기 방으로 그 사람을 데려가 호롱불 빛에 보니 그 사람은 볼품없는 노인이었다. 그렇게 동창이 밝았을 때 노인이 눈을 떠보니 자신은 발가벗겨져 있고 옷은 깨끗히 바짝 말라 머리맡에 개어져 있었다.
그때 사동이가 문을 열고 생긋이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옷을 씻어 아궁이에 말렸으니 입으세요.”

그 며칠 후, 그날은 장날이 아니라 일찍 주막 문을 닫으려 하는데 웬 장정이 들어왔다. 주모는 바깥 나들이를 나갔고 사동이 혼자 있었다.
“너, 나하고 어디 좀 가야 쓰겠다.”장정이 사동을 잡아 안았다.
“안돼요. 왜이래요?”
그렇지만, 덩치 큰 장정은 사동을 번쩍 들어 사립문 밖에 매어둔 말에 태웠다.
말은 달리고 사동이는 달리는 말에서 떨어질세라 장정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수십 리를 달려 고래 등 같은 어느 기와집 앞에 멈춰섰다.

사동이 바들바들 떨면서 장정에게 이끌려 대문 안 사랑방으로 갔다.
유건을 쓴 대주 어른이 빙긋이 웃으며 사동의 두 손을 잡았다.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어? 그날 밤 비를 맞고‥.”
“그래, 그렇다. 내가 어머님 묘소에 갔다가 갑자기 폭우를 만나 길을 잃고 산속을 헤매었는데 여우고개 아래 너희 주막에서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목숨을 잃을 뻔했다.”
사동이의 얼굴에서 두려움이 사라지고, 놀라움에 벌린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그날 밤 비를 맞고 주저앉은 노인을 보고,‘붓 장수일까, 갓 장수일까, 아니면 비렁뱅이일까’온갖 추측을 다 했는데, 이런 큰 기와집 주인이라니...  
“너의 바램이 뭐냐?”고 대주 어른이 묻자.
사동이는 당차게“돈을 벌어서 주막을 도로 찾는 것입니다.”라 말했다.

원래 여우고개 아래 주막은 사동이네 것이었다. 그런데 이태 전 7년이나 누워 있던 사동이의 아버지가 이 세상을 하직하자, 약값으로 쌓인 빚 때문에 주막은 저잣거리 고리채 영감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사동이의 어머니는 저잣거리 국밥집 찬모로 일하게 됐고, 형은 장터에서 지게꾼으로 일하고 있었다. 지금 주막집 주모는 고리채 영감의 사촌 여동생이다. 사동이의 내력을 다 듣고 난 대주 어른이 물었다.

“몇 년이나 돈을 모으면 그 주막을 도로 찾을 것 같으냐?”
코흘리개를 겨우 면한 사동이의 손가락을 세어보며 말했다.
“십 년 쯤에는….”
대주 어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동이를 말에 태워 돌려보냈다.

이튿날 대주 어른이 저잣거리 고리채 영감을 찾아가 주막을 사겠다고 흥정을 했다.
이미 주막이 넘어간 가격을 알고 있는데, 고리채 영감은 터무니없는 큰 값을 불렀다.
며칠 후 나루터앞 양지터에 목수들이 모였다. "뚝딱뚝딱"...석 달 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시월상달에, 나루터 옆에 널찍하고 큼직한 기와집 주막 한채가 멋지게 완공됐다.  
대주 어른은 완공식 날 땅문서와 집문서를 열두살 사동이 손에 쥐어줬다.
"이제 이 나루터 기와집은 네 것이다."

積善之家 必有餘慶 (적선지가 필유여경). 좋은 일을 배푸는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넘쳐난다. 하루 밤의 친절로 사동은 부자집 주인의 목숨을 살렸고 정성으로 옷가지를 씻고 말려주는 감동을 선사했다. 처음보는 외지인인 초라한 불청객이라도 도움을 주면 베푸는 인정이 언젠가는 반드시 복이 되어 돌아온다. 이 이야기는 "주역 문언전"에 기록된 사실적 이야기다. 긍정적인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겸손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입해 정성을 모은다.주막집 주모도 부자집 노인을 살릴 수 있었고 극진한 정성으로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나 눈앞에 이익만 밝히던 주모는 당장 이익이 없는 것 같은 귀찮은 일에는 정성을 꺼내쓰지 않았다.

소중하고 귀한 것은 감춰져 있다. 그것을 찾아낼 수 있는 건 친절과 착한 마음이다.
당신이 긍정적이고 정성으로 산다면 어느 순간에도 친절을 베풀 수 있다.
그것은 나를 희생하는 아픔이기 때문에 꺼내서 쓸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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