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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3.어떻게 죽을 것인가? (04/08 ~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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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구의 행복비타민6553회

2023.04.08 (토)

6553.어떻게 죽을 것인가?

6553.어떻게 죽을 것인가?
                                     소설가 / 김 훈


망팔(望八)이 되니까,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벗들한테서 소식이 오는데 죽었다는 소식이다.
살아있다는 소식은 오지 않으니까, 소식이 없으면 살아있는 것이다.

죽으면 말길이 끊어져서 죽은 자는 산자에게 죽음의 내용을 전할 수 없고,
죽은 자는 죽었기 때문에 죽음을 인지 할 수 없다.

인간은 그저 죽을 뿐, 죽음을 경험 할 수는 없다.
화장장(火葬場)에 다녀온 날 저녁마다 삶의 무거움과 죽음의 가벼움을 생각했다.

죽음의 저토록 가벼움으로 나는 남은 삶의 하중(荷重)을 버티어 낼 수 있다.
뼛가루 한 되 반은 인간 육체의 마지막 잔해로써 많지도 적지도 않고 적당해 보였다.

죽음은 날이 저물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자연현상으로 애도할 만한 사태가 아니었다.

뼛가루를 들여다보니까, 일상생활 하듯이,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하듯이,
그렇게 가볍게 죽어야 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 들이지 말고 죽자
건강보험 재정 축내지 말고 죽자
주변 사람들 힘들게 하지 말고 가자
질척거리지 말고 가자
지저분한 것들을 남기지 말고 가자
빌려온 것 있으면 다 갚고 가자
남은 것 있으면 다 주고 가자
입던 옷 깨끗이 빨아 입고 가자
관(棺)은 중저가(中低價)가 좋겠지
가면서 사람 불러 모으지 말자
빈소에서는 고스톱을 금한다고 미리 말해두자....

가볍게 죽기 위해서는 미리 정리해 놓을 일이 있다.
내 작업실의 서랍과 수납장, 책장을 들여다보았더니 지금까지 지니고 있던 것이 거의 전부가 쓰레기였다. 이 쓰레기 더미 속에서 한 생애가 지니 갔다.
똥을 백자 항아리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둔 꼴이었다.

나는 매일 조금씩, 표가 안 나게 이 쓰레기들을 내다 버린다.
드나들 때마다 조금씩 쇼핑백에 넣어서 끌어낸다.

책을 버리기는 쉬운데, 헌 신발이나 낡은 등산화를 버리기는 슬프다
뒤축이 닳고 찌그러진 신발은 내 몸뚱이를 싣고 이 세상의 거리를 쏘다닌 나의 분신이며 동반자이다. 헌 신발은 연민 할 수밖에 없는 표정을 지니고 있다.

뼛가루에 무슨 연민이 있겠는가
유언을 하기는 쑥스럽지만, 꼭 해야 한다면 아주 쉽고 일상적인 걸로 하고 싶다
“딸아! 잘 생긴 건달 놈들을 조심해라!”
“아들아! 혀를 너무 빨리 놀리지 마라!” 이 정도면 어떨까 싶다.

죽음과 싸워 이기는 것이 의술(醫術)의 목표라면 의술은 백전백패한다
의술의 목표는 생명이고 죽음이 아니다
깨어진 육체를 맞추고 꿰매서 살려내는 의사가 있어야 하지만, 충분히 다 살고 죽으려는 사람들의 마지막 길을 품위있게 인도해 주는 의사도 있어야 한다.

죽음은 쓰다듬어 맞아들여야지,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다.
다 살았으므로 가야 하는 사람의 마지막 시간을
파이프를 꽂아서 붙잡아 놓고서 못 가게 하는 의술은 무의미하다.

가볍게 죽고, 가는 사람을 서늘하게 보내자.
단순한 장례절차에서도 정중한 애도를 실현 할 수 있다.

가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의술도 모두 가벼움으로 돌아가자.
뼛가루를 들여다보면 다 알 수 있다.
이 가벼움으로 삶의 무거움을 버티어 낼 수 있다.
결국은 가볍다.


인천광역시 계양구 황어로134번길 28  이선구의 행복비타민  |  운영인  이 선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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