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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에 두차례 구조요청...70대 노인 왜 동사(凍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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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09-03-16 00:00 조회5,9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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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위치 통보됐는데 구조하려는 의지 안보여" 유족들 형사 고소 검토
"통화 중계 기지국만 나와 정확한 위치 파악 안돼" 119측, 일부 실수는 인정

 

이석호 기자 yoyt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이신영 기자 foryo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섭씨 영하 11도의 겨울 밤, 경기도의 한 광활한 비닐하우스 단지에서 70대 노인이 길을 잃었다. 노인은 밤새 헤맸다. 휴대전화로 두 차례 119에 구조를 청했다. 두 번 모두 같은 소방관이 신고를 받았고, 상황실 모니터에는 노인의 휴대전화 위치가 표시됐다. 하지만 119는 출동하지 않았다. 결국 노인은 두 번째 전화를 건 지 5시간 만에 동사(凍死)한 채 발견됐다.

노인이 숨진 그날 밤, 왜 119는 출동하지 않았던 것일까.

◆70대 노인 두 차례 구조요청…출동 안 한 119

지난 1월 23일 오전 10시50분쯤 경기도 남양주시 내곡리의 비닐하우스 단지에서 한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노인은 남색 파카와 등산화, 검정 면바지 차림이었다. 지갑엔 2만3000원이 있었고 부근에선 노인의 것으로 보이는 곶감 봉지와 등산모가 발견됐다. 타살의 흔적은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사람은 현장에서 약 3㎞ 떨어진 내각리 주민 최모(71)씨였다. 최씨는 전날인 22일 오후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외출했다.
최씨는 서울 청량리에서 고교 동창들을 만나 소주 반 병을 마신 뒤 오후 9시쯤 친구들과 헤어졌다. 부인을 위해 곶감 두 묶음(16개)을 사서 집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탔다.

최씨가 숨진 채 발견된 곳은 내각리 세 정거장 전인 내곡리의 비닐하우스 단지였다. 이곳은 길이 20~150m, 높이 3~4m의 크고 작은 비닐하우스 312동이 밀집한 곳이다. 마을 이장 김규철(49)씨는 "밤에는 마을 전체가 캄캄해서 외부사람이 자칫 비닐하우스 단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길을 잃기 쉽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씨가 내곡리를 내각리로 착각해 잘못 내린 뒤, 비닐하우스 단지 안에서 길을 헤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최씨가 단지 안을 헤매던 밤, 최씨의 집은 비어 있었다. 두 아들은 출가해서 각각 인천과 일산에 살고 있고, 부인 우씨는 서울 강남의 찜질방에서 일하고 있었다.
▲ 경기도 남양주 내각리 주민인 최모(71)씨가 동사한 채로 발견된 내곡리 비닐하우스 단지. 길을 잃은 뒤 두 차례나 119에 구조요청을 한 최씨는 7~8시간 동안 이 일대를 헤매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주민들 "매일 다녀도 길 잃는 곳"

유족들이 사고 당시 최씨의 통화내역을 알게 된 건 장례가 끝난 후인 1월 27일이었다. 유품을 정리하던 최씨의 아들이 최씨의 휴대전화에 새 배터리를 넣고 전원을 켠 것이다. 발신통화 내역엔 '119'가 두 번이나 찍혀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지 1시간쯤 뒤인 오후 10시55분, 그리고 그로부터 7시간 뒤인 다음날 오전 5시39분이었다.

유족들이 소방서가 보관 중이던 당시의 통화녹음 파일을 확인한 결과, 최씨는 두 번 모두 김모(51) 소방관과 통화를 했다. 최씨는 자신이 내린 곳을 내각리라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말씨는 또렷했다. 최씨는 1차 통화에서 "내각리 앞에 내렸는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벌판에서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소방관은 "길가에 나오지 마시고 잘 생각하셨다 집으로 들어가세요"라는 말을 되풀이한 뒤 전화를 끊었다.

7시간 뒤 최씨가 다시 구조를 청했을 때도 김 소방관이 전화를 받았다. 최씨는 "지금 어디인지 모르겠다"며 "저 좀 구해주세요"라고 했다. 김 소방관이 주위의 지형지물을 묻자, 최씨는 "(비닐)하우스요, 하우스요", "개천가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김 소방관은 "하우스에서 나오셔 가지고 간판이나, 큰 건물이나 뭐 보이시면 전화주세요"라며 통화를 끝냈다. 5시간 뒤, 최씨는 사체로 발견됐다.

김 소방관은 "최씨가 자신이 사는 빌라 이름을 기억하고 아프거나 다친 상황도 아니어서 긴급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소방서가 신고자를 적극적으로 구조하려는 의지도 노력도 없었다"며 김 소방관과 소방서장, 상황실장 등을 형사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대전화 위치 통보됐는데 왜 못 찾나"

소방서 관계자는 "구조요청에 보다 적극적으로 응하지 못한 것은 죄송하지만 휴대전화 위치추적 부분은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가 신고했을 때 남양주소방서 상황실 모니터엔 최씨의 위치가 표시됐다. 그러나 이는 최씨의 실제 위치가 아니라 통화를 중계한 기지국 위치라는 것이 소방서 측의 설명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119신고 전화 중 90%는 기지국 위치만을 통보 받는다"며 "특히 기지국 간 거리가 먼 도시 외곽과 농촌 지역은 신고자와 기지국의 위치가 4~5㎞까지 오차가 난다"고 말했다. 최씨 한 명을 찾기 위해 내각리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수㎞를 뒤질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위성을 통해 반경 5~10m 오차 범위 내에서 위치를 알 수 있는 gps폰이 있지만 그 보급률은 10% 선에 불과하다.

게다가 사고 당일 남양주소방서의 야간근무(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상황은 평소보다 긴박했다고 소방서 측은 설명했다. 오후 6시55분 관내 가구공단에서 화재가 나 소방차 15대와 소방관 55명이 출동한 것을 시작으로, 23일 오전 1시1분과 1시10분에 잇따라 화재가 났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실 근무자는 김 소방관을 포함한 3명이었다.

소방서 측은 "더구나 이날 밤 접수된 총 292건의 119 신고 중 약 76%인 221건은 장난전화나 무응답 전화였다"고 밝혔다. 적은 인원으로 장난전화나 무응답 전화까지 응대하다 보니 상황실 근무자들의 집중력과 상황판단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 지난 1월 22일밤 길을 잃어 119에 구조를 요청하던 70대 노인이 정상적인 구호조치를 받지못하고 변사체를 발견된 남양주시 진접읍 내곡리 비닐하우스촌.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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