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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닦으며 이웃사랑...작지만 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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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09-05-25 00:00 조회5,9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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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이야기] 구두 닦으며 이웃사랑… "작지만 큰 사람"

 

입력 : 2009.05.23 03:00 / 수정 : 2009.05.23 05:29

서커스단 가수 출신 김창희씨

장애인 구두수선공 김창희(金昌喜·여·46)씨는 다섯 살 아이만한 키(1m10)로 온종일 경북 문경시청 청사 안을 기운차게 돌아다닌다. 공무원들 구두를 걷어다가, 시청 1층에 있는 3.3㎡(1평)짜리 작업실에서 반짝반짝 광나게 닦아 돌려준다.

김씨는 한 달 수입 80여만원 중 30여만원을 떼서 자기보다 힘든 이웃을 돕는다. 주말마다 통닭과 피자 등을 사서 복지시설에 찾아간다. 한 동네 사는 소년소녀가장과 노인들에게 용돈도 주고 쌀도 사준다. 1998년부터 12년째다.

김씨는 남편(시각장애 3급·구두미화원)과 단둘이 문경시 모전동의 42㎡(13평)짜리 임대아파트에 산다. 고향은 경북 영천. 어머니는 우(牛)시장에서 국밥을 팔았다. 2남2녀 중 셋째인 김씨는 국밥 먹으러 온 손님들 앞에서 곧잘 노래를 불렀다.

구두미화원 김창희씨가 구두를 닦으며 문경시청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김씨가 5세 때 동네에 '태백 서커스단'이 들어왔다. 단원이 100명쯤 됐다. 서커스단은 김씨네 국밥집 바로 옆에 있는 쌀가게에서 하루 한 가마니씩 쌀을 떼어 갔다. 서커스단이 떠나던 날, 김씨의 어머니가 김씨에게 쌀밥을 차려줬다. 김씨가 허겁지겁 먹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저 사람들 따라가면 밥은 안 굶을 기다."

김씨는 서커스단의 '베이비 가수'로 전국을 돌았다. 서커스단 트럭 옆구리엔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마도로스 박 출격' '천재 베이비 가수 김창희 출연' 같은 플래카드가 붙었다. 한 고장에 보름~한달씩 머물며 대형 천막(높이 50m·넓이 1650㎡) 가운데 서서 간드러진 목소리로 가수 하춘화씨의 히트곡 '연포 아가씨'를 불렀다.

tv와 영화의 등장으로 태백 서커스단은 쇠락하기 시작했다. 단원이 70명, 30명, 10명으로 계속 줄었다. 태백 서커스단은 1981년 서울 봉천동 공연을 끝으로 해체됐다. 18세이던 김씨는 서울 신촌의 쪽방에 살며 팥죽과 껌을 팔았다. 식당 허드렛일과 가사 도우미도 했다. 무슨 일이든 오래는 못했다. "힘이 약해 무거운 물건도 못 들고, 키가 작아 싱크대에서 설거지도 못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35세 때인 1998년 초, 김씨는 고향과 가까운 포항에 내려갔다. 뛰어내리려고 바닷가 절벽에 섰을 때, 누가 뒤에서 "뛰지 말라!"고 고함지르며 달려왔다. 김씨는 "어쩌다 보니 그 사람이 지금 남편이 됐다"며 웃었다.

부부는 경북 문경에 있는 한 성당의 도움으로 구두미화원 일을 시작했다. 눈이 어두운 남자와 키가 작은 여자가 밑천도 완력도 필요 없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문경시청이 청사 안에 작업실을 내줬다.

김씨는 이때부터 성당 산하 복지시설에서 봉사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시설에 가서 장애아와 독거노인들을 보면 꼭 나를 보는 것 같았다"며 "그분들 밥 먹여주고 목욕시켜주면서 내 상처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고 했다.

김씨를 쭉 지켜본 장애아 보호시설 '작은 요한의 집'의 강해수 원장은 "작지만 정말 큰 사람"이라고 했다. 문경시청 전략사업팀 손병대(48) 팀장은 "항상 웃는 얼굴인 데다 친절해서, 언제 가보건 작업실 의자 밑에 민원인들이 놓고 간 과일과 음료수가 있다"고 했다.

지난 19일, 김씨는 시청 직원과 민원인들에게 주먹만한 토마토를 한 개씩 나눠줬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둘이 살던 10대 소녀가 어른이 돼서 보내온 선물이었다. 박스에는 쪽지 한장이 들어 있었다. "남편 농장에 토마토가 잘 익었기에 아주머니 생각이 나서 조금 보내요. 꼭 건강하세요. 항상 고맙습니다." 김씨는 "얘가 지금은 대전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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