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봉의 10％를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교육을 위해 기부하겠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던 이재현cj그룹 회장이 '깜짝 선언'을 했다. 당시 자원봉사 활동을 옆에서 같이 하던 250여명의 cj임직원들은 이 회장의 이 발언에 화들짝 놀랐다. 당시 이 회장은 "임직원 여러분이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한 번 더 돌아보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며 임직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눔 경영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사재(私財) 출연해 cj나눔재단 설립

이재현 회장의 나눔 경영에 대한 관심은 imf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힘들던 1999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외환위기로 모든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이 회장은 그룹 내 사회공헌 부서를 신설했다. 6년 뒤에는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사회공헌을 하기 위해 비영리법인인 cj나눔재단을 개인 돈을 들여 세웠다.

cj나눔재단은 cj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을 전담하며 '도너스 캠프(donors camp)'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도너스캠프는 '부모 소득이 적은 자녀들에게까지 가난이 대물림돼서는 안 된다'는 이재현 회장의 철학이 담긴 교육사업이다. 이 회장의 연봉 10％도 올해 초부터 이 도너스캠프에 기부돼 빈곤 아동들의 기초 교육에 사용되고 있다.

도너스캠프는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지방 분교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을 우리 사회 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선택형 온라인 기부 프로그램'이다.

공부방 교사가 도너스캠프 홈페이지(www.donorscamp.org)에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 제안서를 올리면 기부자가 후원하고 싶은 제안서를 선택해 기부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기부와 관련된 모든 과정이 온라인상에 공개돼 투명하고 명확한 기부 활동이 펼쳐질 수 있다. 이는 기부자와 수혜자가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열린 나눔 문화를 구축한 사례로 평가된다.

◆일반인도 참여하는 선택형 기부 프로그램 운영

도너스캠프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으로 운영되는 점이 특징이다. 매칭그랜트란 개인이나 단체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낸 돈에 재단에서 일정한 금액을 더해 후원금을 내는 방식이다. 즉, 기부자의 후원금과 동일한 금액을 cj나눔재단에서 보태 최종적으로 2배의 기부금이 교육 프로그램에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cj나눔재단은 2005년 도너스캠프가 시작됐을 때는 cj임직원들만 기부할 수 있도록 했지만, 2006년부터는 일반인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을 개방했다. cj만의 사회공헌을 넘어 사회에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의지 때문이었다. 이재현 회장은 당시 "일반인들도 기부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해 우리 사회에 성숙한 기부문화가 확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달 현재 도너스캠프 온라인 홈페이지에 가입한 일반인 회원수는 15만명이 넘는다. 첫해부터 지금까지 기부된 금액도 32억원에 달했다. 도너스캠프로부터 지원을 받는 회원 기관도 2005년 말 100개에서 현재는 2000개로 늘었다.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이재현 회장의 나눔경영에 대한 철학은 이처럼 확고하다. '지속적일 것' '그룹의 기존 자본을 활용해 잘할 수 있는 것을 택할 것' '그룹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실천적일 것' 등이 핵심 원칙이다.

이런 이 회장의 철학은 특히 현장에서 끊임없이 강조되고 있다. 이 회장 자신도 '참여하는 봉사'를 강조하며 10년 넘게 매년 몇 차례 가족들과 직접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올 여름 참가한 봉사활동에서 이재현 회장은 "기업은 국가와 사회를 위한 공적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에 기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우리 모두 사회 모범이 되기 위한 실질적인 기부활동과 나눔경영에 동참하자"고 말했다. 몸으로 실천하는 자원봉사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