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에 지난달 27일 '귀한 선물'이 왔다. 아시아나항공 윤영두 사장과 직원들이 중국·필리핀·러시아·태국·베트남·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캄보디아 등 8개 국가의 베스트셀러 도서 1800여권을 들고 온 것이다. 각국의 문자로 쓰인 책이 무엇보다 귀한 선물인 것은 이 지역의 특징 때문이다.

안산은 3만8000여명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국내에서 외국인 거주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다. 이들 외국인 중 상당수는 '코리안드림'을 쫓아 한국으로 온 3d 업종의 근로자들이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갈증은 모국어로 된 책이다. 어렵고 힘든 일에 종사하며 빠듯하게 생활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형편에 모국어로 된 베스트셀러를 구하기란 자국 생활용품이나 식료품 구하기보다 몇 배나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윤 사장이 들고 온 선물이 귀했다.
 

윤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사장으로 오기 전 금호타이어에서 미국과 독일 등 해외 근무 생활을 오래 했다. 외국 생활에서 아쉬운 것이 무엇인지 체험했던 것을 안산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베풀었던 것이다. 각국의 현지 아시아나항공 지점을 통해 책을 사서 아시아나항공편으로 책을 공수해와 안산의 외국인주민센터에 전달하기까지 전 과정을 꼼꼼하게 챙긴 것도 체험과 진심에서 나온 기부였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뿐 아니라 윤 사장은 회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직접 챙기기로 유명하다. 지난 5월 15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잔디밭에서 가진 자선바자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바자는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이 기부한 물품으로 매년 열고 있다. 지난해 이 바자에 나온 물품은 3000여점. 그것이 올해는 4000여점으로 크게 늘었다. 윤 사장이 회의 때마다 수시로 간부들에게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도록 했고, 자신도 mp3를 내놓으면서 참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날 판매 수익금 2500여만원이 바로 안산 외국인주민센터에 기증한 해외 도서 구입비로 사용됐다.

다문화 가정, 저출산 문제는 윤 사장이 남다른 관심을 갖는 분야다. 가정의 달을 앞둔 지난 4월 30일 본사 교육훈련 동으로 8개국 다문화 가정 19가족 54명을 초청해 승무원 체험 행사를 가진 것이나, 지난 8월 10일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다둥이 가족' 63명을 초청해 승무원 체험 교실을 연 것도 그런 관심이 반영된 행사였다.

고객들이 함께 참여하는 '기내 동전 모으기'는 아시아나항공이 특히 자랑하는 사업이다. 1994년 시작한 이 캠페인은 15년 만인 지난 3월 총모금액 40억원을 돌파했다. 윤 사장은 "익명의 고객들이 감동적인 기부를 한 사례가 여럿 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한 50대 승객은 사업차 아시아나항공편을 이용할 때마다 "비즈니스석 대신 일반석을 이용하고 그 차액을 기부하겠다"며 탑승 때마다 100만원을 내놓는다고 한다. 한 번에 1만달러(약 1200만원)를 내놓은 사람도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고객들이 동전 모으기에 참여하듯,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은 2006년부터 '급여 끝전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임직원들이 매월 급여에서 1000원 미만의 끝전을 기부하면, 회사는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보태 출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전문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사랑봉사단'까지 발족했다. 한사랑 봉사단은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과 연말연시 저소득층에 대한 쌀 지원, 특수학교 재활교구 지원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기고자:조중식  본문자수:3050   표/그림/사진 유무: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