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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09-11-25 00:00 조회5,6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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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버스 모는 차세희씨… 기사·이발사·노래방직원…
'둥지회' 만들어 1만원 각출… 박봉 쪼개 불우아동 도와

16일 오후 3시쯤, 대구 범어동의 한 유치원 정문 앞에 '6호차' 스티커를 붙인 25인승 노란색 버스가 섰다. 분홍·빨강·노랑·파랑 점퍼를 입은 아이들이 재잘대며 버스에 탔다. 기사 차세희(63)씨가 아이들을 일일이 문턱 위로 올려줬다. 아이들이 "6호차 아저씨는 빨간 코!"하고 놀리자, 차씨가 껄껄 웃었다. "딸기 묵어서 코가 빨갛다 아이가."

아이들이 다 타자 차씨가 큰 소리로 물었다. "(안전) 벨트는 다 맸나?" "예!"

주택가 골목과 아파트 단지를 누비며 아이들을 내려준 차씨는 "소란을 피우고 고함을 질러도 아이들 태우고 다닐 때가 제일 좋다"고 했다.

관광버스 회사에 근무하는 차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유치원 통학버스를,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외국어학원 초·중학생 버스를 몰고 월 120만원을 번다. 그는 1996년 '나누리둥지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를 포함해 동료 기사, 이발사, 노래방 직원 등 30명이 매달 1만원씩 걷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3명에게 10만원씩 건넨다. 회원들 사정으로 돈이 덜 걷히면 차씨가 조용히 채워넣는다.

16일 차세희씨가 자신이 운전하는 대구의 한 유치원 버스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다. 차씨는 동료 기사 등 30명과 함께 ‘나누리둥지회’를 만들어 매달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3명에게 10만원씩 도와주고 있다./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차씨는 "거창한 게 아니라, 그냥 우연히 시작된 일"이라고 했다. 1995년 1월 차씨는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 "공사판에서 허리를 다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며칠 뒤 찾아가본 집은 철길 옆에 있는 월세 15만원짜리 단칸방이었다. 연탄불도 들어오지 않는 냉골에 중년 남자가 파리한 얼굴로 누워 있고, 어린 아들(당시 9세)이 밥상을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방구들이 미세하게 떨렸다.

차씨는 "그런 상황에서도 날 보고 웃으며 인사하는 아이가 기특하면서도 애처로웠다"고 했다. 그는 매주 과자와 학용품을 사서 아이를 찾았다. 월급날이면 용돈을 쥐여줬다. 1년쯤 지나자 동료 버스기사 6명이 "힘을 보태고 싶다"고 나섰다. 나누리둥지회의 시작이었다.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팔을 못 쓰는 아버지와 사는 10대 4남매, 백화점 반찬가게에서 일하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중학생 자매 등 지금까지 9명이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차씨는 경남 합천에서 3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원래 꿈은 초등학교 교사였다"고 했다. 그는 12살 나이에 일찌감치 꿈을 접었다. 끼니도 못 잇는 형편에 학업은 사치였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부모님 농사를 거들었다. 그는 "교복이 너무 입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엔 미군 군복을 까맣게 물들여서 많이 입었어요. 교복과 비슷하게 생겼기에 나도 그걸 입고 밭일을 했어요. 교복 입은 친구들이 보이면 얼른 몸을 숨겼지요."

1971년 여름, 군을 제대한 그는 고향을 떠나 경북 구미로 갔다. 아버지가 빚보증을 잘못 서서 얼마 안 되는 논밭이 몽땅 남의 손에 넘어간 탓이다. 공사판 막일, 책 외판원, 학습지 배달원, 담요 판매원….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살림은 쉬 펴지지 않았다. 1981년, 그는 부인과 3남매를 데리고 대구의 한 달동네에 둥지를 틀었다.

"자식들한테 책·걸상은 고사하고 동화책 한 권 못 사줬습니다. 둘째딸이 '우유 먹고 싶다'고 하는데 그거 하나 사주지 못했어요. 지금 와서 남의 자식 돕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고생하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어쩔 수가 없어요."

차씨의 노력으로 나누리둥지회는 꾸준히 회원이 불었다. 6명으로 시작한 모임이 2000년 들어 10명을 넘어섰고, 지금은 30명이 됐다.

KT 경산지점에서 직원들 작업복 세탁을 맡고 있는 정영애(56)씨는 "10년 넘게 꾸준히 아이들을 돌보는 차씨를 돕고 싶어 가입했다"며 "커피만 조금 줄여도 마련할 수 있는 돈이 1만원"이라고 했다. 김종철(55·버스운전)씨는 "회비 내는 걸 깜빡하면 차씨가 '도와줘서 고맙다'는 '압박' 문자를 보내온다"고 했다.

이들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은 모두 별 탈 없이 자랐다. 철길 옆 어린이는 어엿한 대학생(23)이다. 그는 "아저씨 도움이 없었으면 학업을 포기했을 것"이라며 "은혜를 잊지 않고 꼭 보답하겠다"고 했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은 차씨의 둘째딸 은주(31)씨가 대신 이뤘다. 대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은주씨는 "친구들 다 다니는 피아노 학원도 다니지 못해 학창 시절에는 아버지 원망을 많이 했다"며 "지금은 아이들 돕는 걸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존경스러워 3년 전부터 둥지회에 가입해 회비를 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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