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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이야기)불 끄려다 21m 추락 당신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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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09-12-31 00:00 조회4,5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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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변상연 소방관의 목에 딸 진영양이 목도리를 매주고 있다./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병상서 성탄절 선물 받은 변상연 소방관

지난 2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성심병원. 오른쪽 다리를 무릎까지 깁스한 변상연(47)씨가 휠체어를 타고 병실에 들어섰다. 20분 동안 물리 치료를 받고 오는 길이었다. 침대 시트를 움켜쥐고 힘겹게 침대 위에 올라온 변씨는 출입문 쪽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아직 안 왔나?"

변씨는 서울 동대문소방서 소속 소방관이다. 계급은 소방장. 그는 지난 4일 오후 11시쯤 성북구 하월곡동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지상 36층 주상복합빌딩 공사 현장에 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변씨는 동료들과 함께 즉시 출동했다. 고가 사다리에 올라 건물로 막 진입하려는 순간, 집채 만한 화염이 그를 향해 뿜어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변씨는 21m 아래로 추락했다.

"이제 죽었구나!"

허공을 가르고 떨어졌지만, 그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공사장 주변을 둘러싼 안전 그물망이 그를 살린 것이다. 다리 부분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추락 도중 건물에서 튀어나온 철근에 부딪혀 오른발 뒤꿈치 뼈가 부서진 것이다. 왼쪽 다리에도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두 다리가 그물에 걸린 채 거꾸로 매달려 있었어요. 콘크리트 바닥이 바로 눈앞에 보였습니다. 하늘이 도운 거죠. 왈칵 눈물이 났어요. 아내와 자식들을 다시 볼 수 있겠구나…."

변씨의 부인(44)과 딸 진영(18)양이 병실로 들어섰다. "크리스마스 기념 케이크 사 왔어요!" 진영양이 키위와 딸기가 송송 박힌 생크림 케이크를 변씨의 머리맡에 놓았다.

"또 있어요!" 진영양이 쇼핑백에서 회색 목도리를 꺼냈다. "우와." 변씨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졌다. "아빠, 이거 백화점에서 파는 신상(품)이에요. 조금 무리했는데, 괜찮죠?"

변씨는 23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이다. 1986년부터 화마(火魔)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그동안 하루 평균 3~4차례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공장과 빌딩, 상가 등에서 2만5000번 넘게 크고 작은 불길을 잡았다.

"화염에 휩쓸려 죽어가는 동료를 바로 앞에서 본 적도 있지요. 사고를 당한 뒤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후배 소방관도 여럿 봤습니다. 소방관이 미친 듯 치솟는 불 앞에서 죽고 다치는 것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저는 운이 좋았던 거죠."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공무 수행 중에 9명의 소방관이 숨지고 33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딸과 한창 수다를 떨던 변씨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허리 통증이 몰려온 탓이다. 진영양이 허리를 주무르자 그제야 조금 얼굴이 펴졌다. "온몸이 쑤시고 결려 밤에 잠을 잘 못 잡니다. 20여년 현장에서 쌓인 충격을 요즘 한꺼번에 몰아서 느끼는 건지….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과 연말을 함께 보낼 수 있어 좋습니다."

변씨는 "내달 중순이면 업무에 복귀할 것 같다"며 "죽을 뻔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인생인 만큼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더 열심히 불을 끄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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