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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이 물에 잠겨도..마이너스 통장 바닥나도..그래도 봉사는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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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1-15 00:00 조회5,4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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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공장 운영 조병철씨
생일상 차려주고 명절엔 선물 1998년부터 독거노인 보살펴…
여윳돈 생기면 장학금 쾌척
한파에 물난리 난 공장 누군가가 전기요금 내줘 "내가 도움받게 될 줄 몰랐다"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 3층 건물 지하에서 벨트 공장을 하는 조병철(51)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전기가 끊겼다"는 다른 세입자 연락을 받고 공장으로 달려갔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갔더니 발을 디딜 때마다 '첨벙'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이 바닥에서 30㎝까지 차올라 있었다. 벨트와 장식 꾸러미들이 둥둥 떠다녔다. 추운 날씨에 얼지 말라고 틀어 둔 수도꼭지가 한때 풀린 날씨에 터져버린 것이다. 허겁지겁 보이는 대로 밖으로 들어냈지만 벨트들은 이미 못 쓰게 됐다. 패션 벨트 2000여개를 100L짜리 쓰레기봉투 20여개에 나눠 버렸다. 재산피해 2000만원이었다.

금싸라기 같은 벨트들이 물 위에 떠있던 그 시각, 조씨는 공장을 하루 쉬고 구리시 동구동사무소에서 독거 노인들을 모아 점심을 대접하고 쌀 한 포대씩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는 1998년부터 20여명 회원들과 독거 노인들을 보살피는 '따뜻한 사랑 나누기'를 해왔다. 밑반찬을 해 주고 생활비도 보태줬다. 생일상 차려주고 명절엔 선물도 줬다.

공장에 간 조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공장에 물이 차서 난리가 났으니 빨리 오라"며 부인 양성자(51)씨와 여직원 2명을 불렀다. 동사무소 직원들에게도 양수기 지원을 요청했다. 새벽 3시 넘어서야 물이 다 빠졌다. 양씨는 남편에게 "남 도울 시간에 공장 지켰으면 이런 일 없었지 않으냐"고 말하며 울먹였다.

전남 목포 출신인 조씨는 9세 때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0대 때부터 과일 행상 하는 어머니와 함께 리어카를 끌었고 누나와 식당일도 했다. 1990년대 초 구리에 벨트 공장을 열고 돈을 벌었지만 얼마 뒤 값싼 중국산 벨트가 수입됐다. 버티다 못해 공장 문을 닫고 장어집을 했다. 2년 만에 2억원을 날리고 1998년 구리로 돌아와 벨트 공장을 다시 열었다. 돈을 좀 버나 싶더니 지난해 경기불황이 닥쳐 다시 장부는 적자가 됐다.

지난 12일 경기 구리시 벨트공장에서 공장 주인 조병철(왼쪽)씨가 지인 박승묘씨와 함께 공장에서 건져낸 벨트를 마른 수건으로 닦고 있다. 그러나 벨트 가죽 대부분이 곰팡 이가 슬거나 장식에 녹이 슬어 벨트 2000여개 대부분이 못 쓰게 됐다./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그러나 주민들은 항상 웃는 낯인 그를 '잘나가는' 사업가로 생각했다. 조씨가 10만원이건 50만원이건 돈이 생길 때마다 장학금을 주고 시민단체에 후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아파트 동대표를 맡으면서 봉사를 시작했다. 1998년부터 12년째 바르게살기운동 구리시협의회 동구동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가 궂은일을 도맡으면서 주민들은 급할 때마다 조씨를 찾았고 그도 자기가 필요한 이웃들을 보살폈다.

2001년 조씨는 이웃에 근육 세포가 죽는 희귀병 근이양증에 걸린 5세짜리 여자 아이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 부모는 치료비 2억원이 없어 쩔쩔맸다. 조씨도 발작을 일으키는 희귀병에 걸린 아들(29)이 있어 이웃 부부의 안타까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조씨는 전단을 돌리고 바자회를 열어 모금했다. 한 학습지 회사가 5000만원을 기부했다. 한 달 만에 1억원을 만들어 부부에게 건넸다.

부인 양씨는 "한번 세어 봤더니 남편이 10개 단체 일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의 집에는 10여년간 정부와 단체장들이 주는 감사패와 표창이 그득했다. 정치 해보라는 제의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어르신(독거 노인)들 찾아뵐 시간도 없어지고 선거법 때문에 마음껏 기부도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승묘(53) 바르게살기운동 구리시협의회 사무국장은 "조씨가 평소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아 전기료를 3달째 못 내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했다. 지난 1월 10일 조씨는 전기를 끊겠다는 한전 통지서를 받았다. 그러나 전기는 끊기지 않았다. 알고 보니 물난리가 난 뒤 공장에 다녀갔던 주민 누군가가 고지서를 보고 전기료를 대신 내준 것이었다. 조씨는 "평생 남을 돕고만 살 줄 알았는데 내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조씨는 자기가 돕던 어르신들에겐 사고 소식을 알리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아셔 봤자 마음만 아프실 것"이라고 했다.

조씨는 요즘 거래처를 돌아다니며 대금 결제일을 미루느라 정신이 없다. 마이너스 통장도 이미 한도가 찼다. 부인은 며칠 전부터 육아 도우미로 일을 나간다. 간호사 딸(28)은 "급한 불부터 끄자"며 시집 밑천 1000만원을 보탰다.

"설 연휴 때 어르신들 떡국 대접해야 하는데 걱정"이라는 남편을 보고 양씨는 "평생 혼자 안고 가는 남편 때문에 힘들게 살아왔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이 뿌듯하기도 하다"고 했다. 가장(家長)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부창부수(夫唱婦隨)였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1/14/2010011401605.html?srchCol=news&srchUrl=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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