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이 밤을 맞는 게 두렵다 > 복지관련자료실

본문 바로가기

자료센터

복지관련자료실

HOME  자료센터  복지관련자료실

술 없이 밤을 맞는 게 두렵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1-19 00:00 조회5,484회 댓글0건

본문

 

[현장] 6년 만의 최대 한파…쪽방촌, 역사를 전전하는 노숙인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명 '벌집촌'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2제곱미터의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햇볕도 제대로 들어오지 못해 방과 방 사이를 가로지르는 복도는 오후 1시임에도 어두워 제대로 앞을 보지 못할 정도다.

이곳에서 만난 한태흥(59) 씨는 '쪽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한 벌 뿐인 외투를 입은 채 이불까지 덮고 있었지만 추운 기색이 역력했다.

"춥지 않냐고? 이곳에 하루만 같이 있어봐. 정말 죽을 맛이야. 말로 어떻게 설명해?"

기자의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말하는 한 씨의 입에서는 연신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그가 덮고 있는 이불은 솜이불도 아닌 여름용 얇은 이불이었다.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게 그의 인생이기에 무거운 솜이불은 생각도 할 수 없다. 바닥에는 전기열선이 있지만 '그림에 떡'이다. 비싼 전기료 때문에 사용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렇다보니 추위가 지독하게도 싫은 한 씨다.

6년 만의 한파…"방세 없어 노숙 생활할까 걱정이다"

13일, 서울 지역에 6년 만에 최대 한파가 불어 닥쳤다. 영하 15도를 훌쩍 넘겼다. 거리에서 5분만 서 있어도 손발이 꽁꽁 얼 정도의 추위다. 문제는 이런 날씨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추운 날씨에 민감한 이들이 서민이다. 그 중에서도 제대로 된 집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홈리스'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씨도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오후 1시임에도 쪽방촌 내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둡다. ⓒ프레시안


한 씨는 "오늘 같은 날엔 아예 어디 나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고 방 안에만 있다고 편한 건 아니다. 낡은 건물인데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아 실외 기온과 실내 기온이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시종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한 씨였다. 방 안에 놓인 물그릇에는 살얼음이 끼어 있었다.

서울 지역에 한파가 계속되면서 빨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가운 물로 빨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빨래는 엄두도 나지 않는다는 것. 한 씨는 "이런 날씨에 빨래를 방 안에 너르면 언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벽 한쪽에 만들어진 선반에는 그간 밀린 빨랫감이 즐비했다.

돈이 없으니 난방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곧 방세를 내야 하는데 아직 그 돈을 마련도 하지 못한 한 씨였다. 막노동을 하고 있는 한 씨가 일을 못한지는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아침은 굶고 점심은 인근 복지관과 교회 등에서 먹고 있다.

그래도 그는 "지금은 좀 낫다"고 평가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 지하철역에서 노숙 생활을 4개월 간 한 그였다. 한 씨는 "노숙할 때, 겨울철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며 "이러다 까딱하다가 죽겠구나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한태흥 씨는 "가장 걱정이 되는 게 방세를 내지 못해 다시 길거리로 쫓겨나는 일"이라며 "엄동설한에 다시 노숙 생활을 할 걸 생각하니 암담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오늘 밤이 오는 게 두렵다"

실제 노숙인에 비하면 한 씨는 그나마 바람 막을 방이라도 하나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낫다. 서울역 지하도에서 만난 노숙인 박남수(가명·43) 씨는 "오늘 밤이 오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세 겹의 외투를 겹겹이 껴입은 박 씨는 "낮에는 그나마 버틸만 하지만 술 없이 밤을 지내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박 씨처럼 지하도나 역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에게 '월동 전쟁'을 이겨내기 위한 무기는 바로 술이다. 이날 역사 근처를 돌아다니던 노숙인들 중 대부분은 이미 얼근하게 술에 취한 상태였다. 자연스럽게 노숙인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질환은 술로 인한 질병이나 비위생적인 생활로 인한 결핵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숙인의 사망 원인 중 '손상, 중독 등 외인성 질환'(23.3%)과 '간질환·간염성 질환 등에 의한 사망'(15.7%) 등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역 지하도 한 켠, 겹겹이 세운 박스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김창수(가명·56) 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어서 이 겨울이 지나가기만을 바란다"는 김 씨 역시 매일 소주 1병은 먹어야 잠을 잘 수 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그동안 막노동을 해서 모은 돈으로 하루에 9000원 씩 내고 여인숙에서 기거했다. 그러나 겨울이 되니 그나마 있었던 막노동판 일자리도 뚝 끊겼다. 정부가 제공하는 자활 일자리나 희망근로, 막노동으로 그나마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 수 있었던 노숙인들에게 겨울이 더 두려운 이유다. 그는 "다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114025231

 


해피로그  ㆍ   이용약관  ㆍ   개인정보취급방침  ㆍ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ㆍ   후원FAQ  ㆍ   후원문의  ㆍ   사이트맵
주소 : (21006)인천광역시 계양구 황어로 134번길 28 (장기동 152-5)   고유번호 : 107-82-63302   이사장 : 이선구
전화 : 1600-4022 (02-780-5332~3)   팩스 : 02-780-5336   E-mail : loverice5333@naver.com
Copyright ⓒ 2017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