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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라 취업 퇴짜 맞았지만 연주 봉사로 기쁨 얻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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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10-03-22 00:00 조회5,3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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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 피아니스트 임유진씨
장애 이기고 대학 나왔지만 예술단·연주단서 입단 거절… 실패 계속되자 한때 우울증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 평생 헌신해 온 엄마와 같이 병원 찾아 환자들에 연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로비에서는 한두 달에 한 번씩 20대 여성의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진다. 지난 9일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에도 이 여성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30여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의 눈과 귀가 하얀 투피스를 입은 여성 연주자에 쏠렸다. 어깨를 덮은 머리에 귀걸이를 한 모습은 여느 20대 여성과 다르지 않았지만 얼굴이 조금 달랐다. 다운증후군 환자 피아니스트 임유진(22)씨였다. 다운증후군은 정신지체와 성장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병이다.

그는 영화 '라이언 킹' 주제가 등 9곡을 악보 없이 연주했다. 한 곡이 끝나면 임씨 어머니 조성금(49)씨가 피아노에 다음 곡 제목이 적힌 쪽지를 붙여줬다. 반복 연습으로 악보를 보지 않고도 연주를 할 수 있지만 다음 연주 곡명은 알려줘야 했다.

지난 9일 정오가 조금 지나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로비 피아노정원에서 다운증후군을 앓는 피아니스트 임유진씨가 환자와 보호자 30여명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임씨가 이 병원에서 연주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6년 10월부터다. 지금까지 49번 연주를 했다. 그녀를 어머니 조씨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조씨는 딸이 두 살 되던 1990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막 과장 승진 통보를 받았지만 딸을 위해 희생했다.

조씨는 "다른 아이들 못지않게 딸을 키우고 싶었다"고 했다. 일곱 살 되던 무렵 딸이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자 피아노를 가르쳤다. 자기부터 피아노를 배워 딸을 가르쳤지만 몇 년 뒤에는 더이상 가르칠 게 없어졌다. 레슨 선생님이 엄마에게 잘못 배운 연주 습관을 고쳐주자 딸은 고집을 피우며 짜증을 냈다. 피아노를 꽝꽝 내려치기도 했다. 그런 딸을 부둥켜안고 엄마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2001년 임씨가 중학교에 들어간 둘째날 조씨는 교감 선생님 호출을 받고 학교에 갔다. 교감은 다짜고짜 다른 학교로 전학 가라고 했다. 딸이 간식을 먹다가 수업에 늦게 들어갔다는 이유였다. 교감은 "이런 애는 시설에 보내야지 왜 우리 학교에 보내느냐"며 화를 냈다. 할 수 없이 전학 간 학교에서는 1년간 아이들에게 맞았다. 딸은 어머니가 힘들어 할까 봐 맞은 일을 집에선 말하지 않았다. 어느 날 조씨가 학교에 갔더니 남학생 4명이 신주머니를 휘두르며 한 여학생을 때리고 있었다. 달려가 보니 딸이었다. 엉엉 우는 딸을 보자 조씨는 눈앞이 하얘졌다. 남학생 둘을 붙잡아 담임교사에게 데리고 가 항의했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어이없게도 "당신 딸이 맞을 짓을 했으니까 애들이 때린 것 아니냐"고 했다. 교육청도 쫓아갔지만 "학생들 사이 일인데 이해하라"는 답만 들었다. 조씨는 "더 문제 삼으면 딸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그 정도에서 끝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조씨는 그 뒤 몇 달을 약을 먹어야만 잠에 들 수 있었다.

조씨는 딸이 중3이 되고 연주 실력도 부쩍 늘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연주회를 마련했다. 다니던 교회에서 첫 연주회를 가졌다. 많은 박수를 받고 딸은 기뻐했다. 고3 때는 강남구민회관에서 150여명 청중 앞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그렇게 어려움을 이겨낸 딸은 백석예술대학 피아노과에 들어갔고 지난해 2월 졸업했다. 하지만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연주 특기를 살려 취업해보려던 꿈은 사회의 냉대에 꺾이고 말았다. 연주단과 예술단 7~8군데에 찾아갔지만 "장애인 실력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냐"거나 "다른 단원들과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호텔에서 반주하는 일도 할 수 없었다. 조씨는 "호텔의 럭셔리한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며 받아주지 않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취업 실패가 계속되자 딸은 우울증을 앓았다. 조씨도 그런 세상이 서러웠다. 그러나 모녀는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고 손을 맞잡았다. 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연주로 봉사하며 살기로 했다. 청중들에게 위안을 주고 자신도 연주하는 기쁨을 얻기로 한 것이다.

이날 연주를 끝까지 들은 건대 병원 종양혈액내과 윤소영(40) 부교수는 "연주에서 장애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놀랐다"면서 "딸을 위한 어머니의 헌신도 느껴져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연주가 끝난 뒤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임씨는 "연주가 끝날 때마다 속이 시원해요"라며 "엄마는 나를 도와주는…, 훌륭한 엄마예요"라고 말했다. "딸, 정말 고마워"라며 임씨를 끌어안는 어머니 조씨 눈가에 눈물이 반짝 번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22/20100322000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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