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사람과 이야기]네팔 신랑·한군인 신부 ...서울역서 지가 결혼식(2010.05.28) > 복지관련자료실

본문 바로가기

자료센터

복지관련자료실

HOME  자료센터  복지관련자료실

[조선일보][사람과 이야기]네팔 신랑·한군인 신부 ...서울역서 지가 결혼식(2010.05.28)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0-05-28 00:00 조회5,652회 댓글0건

본문

 

 

코레일, 사연 전해 듣고 식장 제공… 역장이 주례

27일 오후 1시 30분 서울역 3층 대합실에서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이정자(45)씨가 아버지 이동순(78)씨 손을 잡고 레드카펫 위를 수줍게 걸었다. 단상에서 기다리던 검은 피부에 큰 눈을 가진 신랑 이진수(네팔 이름 디 버하두르 수레터·53)씨가 장인 이씨를 와락 끌어안았다. 신부 어머니 김순임(75)씨도 결혼식 내내 신랑·신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함께 산 지 15년 만에 올리는 결혼식이다.

이씨 부부는 1995년 TV리모컨 회사에서 외국인 근로자와 아르바이트생으로 처음 만났다. 넉살 좋던 네팔 청년이 먼저 접근했다. 빈 도시락통에 애플파이를 넣어 건네며 관심을 보였고, 주변 사람들에게 "사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도 했다. 이씨는 이정자씨를 따라 힌두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기도 했다.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지만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다. 처가 반대가 심했다. 네팔에서 영어교사를 했던 이씨였지만 한국에선 노동일 말고 할 게 없었다.

설상가상 이씨는 체류기간이 지나 불법 체류자가 됐다. 처가에선 사위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정자씨 언니 이문숙(56)씨는 "동생이 결혼하겠다고 네팔 사람을 데려왔을 때 아버지는 말도 안 붙였다"고 했다.
 

 27일 오후 서울역 KTX개찰구 옆 콘서트홀에서 디 버하두르 수레터(네팔인)씨와 이정자씨가 결혼식을 올렸다. 1995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15년 만에 가족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집안 반대와 경제 문제에 쫓기며 15년을 살아온 이씨 부부는 5년 전 아들 예성이를 낳아 1남1녀의 부모가 되면서 '언젠가 결혼식을 올려야지'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던 중 이달 초 금천구청에서 "코레일이 형편이 어려운 사실혼 관계 부부가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정자씨는 "코레일에 우리 부부의 사연을 보냈더니 역장께서 주례까지 해주신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윤중한(47) 서울역장은 "부부 사랑도 애틋했지만 두 분이 낳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혼여행지인 경주행 새마을호 기찻삯을 포함한 결혼식 비용 50만원은 코레일과 코레일 자원봉사단 '녹색글로리실천단'이 마련했다. 축가는 코레일 홍보팀 유지만(42) 차장이 불렀고 연주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코레일 직원 윤선영(29)씨가 맡았다. 결혼을 축하하는 색소폰 연주는 '늘푸른색소폰앙상블'이란 아마추어 연주동아리가 무료로 해줬다.

바쁘게 길을 재촉하던 여행객들도 잠시 멈춰 박수를 보냈다. 부산행 열차를 기다리던 김민경(38)씨는 "남편이 네팔 사람이라고 하는데 요즘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부부가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결혼식 하객으로 60여명이 참석했지만 주변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도 두 사람의 결혼에 축복을 보냈다.

장인 이동순씨는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며 결혼식이 끝나고서도 사위 자랑을 그칠 줄 몰랐다. 이진수씨는 "이렇게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이정자씨는 15년간 우여곡절을 생각하며 결혼식 전날 밤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이제 네팔에 있는 시어머니를 한국에 모셔오고 싶다"고 말했다.


해피로그  ㆍ   이용약관  ㆍ   개인정보취급방침  ㆍ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ㆍ   후원FAQ  ㆍ   후원문의  ㆍ   사이트맵
주소 : (21006)인천광역시 계양구 황어로 134번길 28 (장기동 152-5)   고유번호 : 107-82-63302   이사장 : 이선구
전화 : 1600-4022 (02-780-5332~3)   팩스 : 02-780-5336   E-mail : loverice5333@naver.com
Copyright ⓒ 2017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