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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키 작아도 콜센터 업무엔 지장 없어(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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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0-08-16 00:00 조회4,8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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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하는 업무라 몸의 불편은 문제 안돼


장애인 직원 비율 3.3% "차별도 특혜도 없어요"


 수줍게 눈을 내리깔고 웃는 직원, 싱글벙글 엄지를 치켜세운 직원, 한쪽 팔을 번쩍 들고 '파이팅' 하는 직원….

서울 영등포구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대회의실에 들어가면 직원 얼굴 사진 수백 장이 조각보처럼 벽면을 채우고 있다. 박시호(56) 이사장이 2008년 8월 취임 이후 틈날 때마다 전 직원을 한 사람씩 사무실에 불러 찍은 사진들이다.

이 기관은 우체국 예금·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공공기관으로, 직원의 3.3%(570명 중 19명)가 장애인이다. 남보다 표나게 키가 작은 직원도 있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래 걷지 못하는 직원도 있다. 그러나 회의실 벽의 사진만 봐서는 누가 장애인인지 가려낼 수 없다. 각자의 개성을 살려 얼굴만 클로즈업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업무도 마찬가지"라며 "지적(知的) 장애인에게 금융상품 개발 업무를 맡기는 건 곤란하지만, 키가 작아도 콜센터 업무엔 아무 지장이 없고, 다리가 불편해도 보험 심사는 최고로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장애가 있건 없건 '능력'을 갖추면 똑같이 대우하는 게 지원단의 인사 원칙이다.

 

         서울 영등포구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어울렸다. 벽
         면을 채운 사진은 아마추어 사진 전문가인 박시호 이사장(오른쪽 두번째)이
         틈날 때마다 전 직원을 한 명씩 불러서 찍어준 독사진이다. /이태경 기자

 

장애인 직원 19명 중 5명이 예금 관리·보험 지급 등을 처리하는 정규직이고, 나머지 12명은 계약직(사무직 3명·콜센터 9명)이다. 계약직은 장애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최초 계약기간 2년이 지난 뒤 재계약 하는 시점부터 기간 제한이 없는 '무기(無期) 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장애인 직원 입장에선 최소한 장애가 있다고 재계약이 안될까 봐 맘 졸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작년 10월 입사한 소세현(29)씨는 시원한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고객들 전화를 받았다. 소씨는 4살 때 농기구에 다쳐 오른팔을 잃었다. 소씨는 "나 스스로 장애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민소매도 자유롭게 입는다"고 했다. 소씨는 입사 초기 '비장애인 직원보다 사무 처리 속도가 느린 것 같다'고 고민했지만, 상사인 이정화(38) 팀장이 "객관적으로 보기에 대등한 수준"이라고 격려해 무사히 자리를 잡았다.

저(低)신장증을 앓고 있는 콜센터 신입사원 오진아(30)씨는 대학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했다. 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키 큰 사람들에게 맞춰 제작된 실험장비 때문에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대학원 진학을 포기했다. 이후 공공기관 인턴과 계약직 사무보조원으로 4년간 근무했다. 오씨는 "지금 직장에선 상급자들이 내가 주눅들지 않도록 세세하게 배려하며 일을 가르쳐 주는 게 좋다"고 했다.

보험지급 심사 업무를 맡고 있는 6년차 김수성(39)씨는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 오래 서 있거나 걷지 못한다. 김씨는 "장애가 있어 불편한 점도 있지만, 그 대신 보험 고객들 심정을 비장애인들보다 잘 이해하고 고객과 마찰이 생길 때 '나도 장애인이라 당신의 심정을 안다'고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나만의 장점"이라고 했다.

박 이사장은 "장애가 있다고 차별하지 않는 대신 특혜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장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조직 문화가 정착되면서 장애인+비장애인의 사내 커플도 4쌍이나 나왔다. 교육·홍보 업무를 맡은 8년차 권익범(35)씨는 비장애인 입사 동기 여직원과 결혼해 생후 6개월의 새싹 같은 딸을 뒀고, 보험 심사 업무를 맡은 5년차 직원 최인혁(33)씨는 선배 여직원에게 프러포즈해서 지난달 밤톨 같은 아들을 낳았다.

 

올 4월 콜센터에 입사한 김영숙(41)씨는 어린 시절 반에서 5등 안에 들 만큼 공부를 잘했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나처럼 키 작은 사람은 공부를 잘해봤자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절망감에 공부를 포기했다. 김씨는 고교 졸업 후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디자인회사·항공사 콜센터 등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다. 김씨는 "돌이켜보면 내가 일찍 (진학을) 포기한 게 가장 가슴 아프다"며 "장애인 청소년들이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걸 알고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하면 좋겠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내가 직접 장애인 직원들을 여럿 뽑아 함께 근무해보니 업무 능력과 친화력이 비장애인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 직원은 사무실에 들어오면 능력이 똑같은데 사무실에 들어올 때까지가 힘든 것 같더군요."

 

김수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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