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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노숙인 월드컵, 한국 첫 출전 희망을 드리블한다. 내일을 향해 쏴라(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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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0-08-30 00:00 조회4,7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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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빚… 이혼… 울분·좌절로 새운 밤들…

자활 잡지 팔며 새 희망

수십년만에 차보는 공 금세 허덕허덕 하지만 다른 이들 용기 주고파

 

 

박종철(53)씨는 1990년대까지 어엿한 사업가였다. 고향 강원도에서 웨딩 촬영을 했고 서울 수유리에 팬시 업체 납품 도매상도 갖고 있었다. 중졸(中卒) 학력이었지만 악착같이 일해 자수성가했다는 얘길 들었다. 1998년 외환위기로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갔다. 고향에 짓던 2층 건물은 이자가 오르면서 돈줄이 막히자 날아갔다. 빚을 갚으려 35평 아파트도 팔아야 했다. 빚쟁이들이 한밤에 들이닥치면 초등학생 딸과 함께 숨어서 떨었다. 그 후 그는 노숙자가 됐다. 몇 번이나 자살할 생각을 했지만 어린 딸의 얼굴이 발목을 잡았다. 빚에 몰린 가장(家長)들의 비극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던 시절, 딸은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저렇게 죽으면 안 돼. 약속해!"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박씨는 월드컵 출전 꿈에 부풀어 있다. 내달 18일부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노숙자들의 '홈리스(homeless) 월드컵'이다. 64개국이 나가는 이 대회에 한국은 처음으로 출전한다.

 

노숙을 벗어나는 일은 어려웠다. 그러나 일단 결심한 뒤에는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스포츠를 통해 삶의 활기를 되찾고 있는 홈리스 월드컵 참가자들이 동료와 함께 영등포공원 풋살 경기장에서 공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조인원 기자

 

그의 삶을 바꾼 것은 노숙자들의 자활(自活)을 위해 발간되는 잡지 '빅 이슈(Big Issue)' 판매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영국에 본사를 둔 빅 이슈가 주관하는 대회가 바로 홈리스 월드컵이다. 35개국에 체인을 가진 이 잡지는 지난달 5일 한국에서 창간호를 냈다. 3000원짜리 잡지 한 권을 팔면 1600원이 노숙인에게 돌아간다. 서울시도 노숙인을 돕기 위해 이 단체를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 선정해 후원하고 있다.

"우리가 어디서 소리를 지르겠어요. 축구장은 우리가 실수해도 괜찮은 곳, 맘껏 뛸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우리가 브라질 가는 걸 보고 다른 노숙인들도 희망을 가질 겁니다."

하루 10시간씩 잡지를 팔아 월 10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린다는 박씨는 "꾸준히 벌면 정부 지원 전세 주택에도 들어가고 가족이 다시 뭉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거리를 떠나 고시원에서 산다.

이영길(53)씨도 비슷한 경우다. 대학졸업 후 대기업 전자사업 영업본부에서 일하던 그는 회사에서 독립한 뒤 부동산 분양 기획 사업을 했다. IMF를 맞기 전만 해도 잠실 아파트에서 살던 전형적 중산층 시민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는 가정 불화를 불렀고 불화는 이혼으로 이어졌으며 이혼은 외동 딸과 그를 갈라놓았다. 이씨 역시 노숙자가 돼 PC방, 만화방에서 밤을 보냈다. 술로 지새운 밤이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딸을 못 본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목이 멘 그의 표정이 공 차는 얘길 할 때 풀렸다. "30년 만에 공을 찹니다만 이리 웃어본 게 언제인가 싶어요. 월드컵 출전 자체가 제겐 성공이지요. 재기해 딸과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립니다."

홈리스 월드컵은 4인제 '풋살', 즉 미니 축구다. 한국은 선수 8명 등 10명이 브라질로 간다. '빅 이슈' 진무두 판매국장은 "홈리스 월드컵은 노숙인도 운동을 통해 건강을 찾고 충만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구본춘(34)씨는 외모가 허약해 보인다는 이유로 직장을 잡지 못해 3년 전부터 노숙자 생활로 내몰렸다. 그러나 이달 들어 잡지를 팔며 적금을 붓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20만원이 모였을 뿐이지만 꿈은 크다.

1단계 목표는 400만원짜리 적금 통장을 타는 것이다. 그도 "운동을 시작하면서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출전경비 모금 운동을 하고 있다.

심샛별 문화사업국장은 "체재비는 조직위가 부담하지만 3000만원 정도인 항공료는 우리가 내야 한다"며 "출국 예정일(9월 16일)까지 꼭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에 후원 요청은 했지만 떼쓰거나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일하되 구걸하지 않는다(working, not begging)'는 노숙인 재활 원칙을 회사도 함께 지켜나가기 위한 것이다. 지난달 21일부터 훈련을 시작한 노숙인 축구팀은 요즘 일주일에 두 번씩 영등포공원 풋살 경기장에서 공을 찬다.

몸이 망가져 어설픈 동작이 이어지고 5분도 안 돼서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노숙인들은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희망에 들떠 있었다. 8명의 '노숙자 국가대표'들이 차는 건 희망이요, 그들은 맨발이다.

 

 

김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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