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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특별기획/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환자]내 가족 내가 챙겨야지만, 말 못할 어려움에 냉가슴(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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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0-10-01 00:00 조회4,5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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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수발 가족도 고통, 어떻게 해야 하나


기저귀 등 환자용품 구입 대부분 개인이 부담해야


 

“그림치료·음악치료처럼 가족 스스로 돌볼 수 있는 프로그램 만들어 줬으면…”


“간병 매뉴얼 책도 보급을”


 

 

"여보. 무릎 위에 한번 누워볼까?" 지난달 14일 오후 2시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사는 권태복(68)씨가 침대에 누워 있는 부인 임영화(63)씨 무릎에 머리를 갖다대자 아내가 "새삼스레 왜 그래?"라며 밀쳤다. 권씨는 "오늘은 대소변도 잘 보고, 기분이 좋은 거 같네"라고 말했다.

아내 임씨는 2000년 신장병 진단을 받은 뒤 2002년에 치매, 올 5월에는 뇌경색까지 겹쳤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은퇴한 남편 권씨가 대소변을 받아내며 간병을 도맡았다. 권씨는 "요양시설에 보낼 돈도 없지만 내 가족은 내가 책임지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씨는 치료비가 많이 들고 간병이 힘들어 술을 마시다 2004년 알코올 중독 판정까지 받았다. "내가 죽으면 아내가 비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는 권씨는 1년 반 동안 통원 치료를 받으며 독하게 술을 끊었다.

그해 권씨는 벽을 꽃무늬 벽지로 도배하고, 바닥은 푹신푹신한 자재로 바꿨다. 아내가 집에서 운동할 수 있게 실내 자전거와 허리운동 기계도 샀다. 집을 요양원처럼 꾸민 것이다. 아내가 운동하는 사이 권씨는 한쪽에서 서예를 한다. 그는 "서예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동 집에서 권태복(왼쪽)씨가 침대에 누워 있는 부인 임영화(오른쪽)씨의 손을 잡고 있다. 권씨는 2000년부터 신장병·치매·뇌경색을 앓고 있는 부인을 요양시설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보고 있다. /채승우 기자

 

 

◆가족 모두가 스트레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재환(31)씨는 누나와 함께 2003년 중풍으로 쓰러진 어머니 곽정희(57)씨를 집에서 모시고 있다. 20년 전부터 노점상을 하며 가족 생계를 책임져왔던 어머니를 직접 돌봐드리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집에서 노인 환자를 돌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어머니 식사인 유동식 음식물과 기저귀, 목 안 가래를 뽑아내는 특수 튜브 등 지출이 만만치 않았다. 김씨는 "내 월급과 누나 월급을 합쳐 한 달에 260만원을 벌지만 세 식구가 생활하고 어머니 간병하려면 빠듯하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장모(72) 할머니는 치매에 걸린 남편 정모(77) 할아버지의 병시중을 든 지 6년이 됐다. 힘이 억센 할아버지를 덩치가 작은 할머니가 돌보기는 여간 어렵지가 않다. 할아버지를 씻길 때마다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해야 한다. 한눈을 판 사이 할아버지가 집 밖으로 나갈까 봐 늘 긴장해야 한다. 다섯 걸음 걷다가 주저앉는 할아버지를 데리고 병원에 약을 타러 가는 길도 고역이다. 할머니는 "50년을 같이 산 사람을 나 편하자고 요양원에 보낼 수야 없지 않겠느냐"며 "좋은 곳에 보낼 돈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 환자를 둔 가족들의 '벙어리 냉가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권씨처럼 집에서 고생하며 환자를 돌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양원에 보내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아픈 가족을 시설에 맡기고 '나 몰라라'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 경우가 많고, '요양시설을 못 믿어서'이거나 요양시설에 보낼 돈이 없는 사람도 허다하다.

 

 

 

◆"정부의 실질적 도움 필요해"

 

국가인권위원회의 '2009년 노인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환자들을 주로 돌보는 사람은 자녀가 46.8%로 가장 많았다. 요양기관에 보내 요양보호사의 간병을 받는 경우가 21.3%로 두 번째였고, 배우자(17.0%)가 뒤를 이었다.

노인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 중풍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는 김씨 남매는 "세 가족이 사는 집은 방 두 칸 3000만원짜리 전세인데 어머니가 중풍에 걸렸어도 월수입 기준에 걸려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도 없고 정부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어머니처럼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우리처럼 집에서 모시는 사람들을 위한 재가(在家) 서비스도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태복씨는 "그림치료나 음악치료처럼 가족 스스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할머니는 "안 그래도 남편 챙기기가 너무 힘든데 주말에는 간병인이 잘 오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간병하는 이영미(가명·46)씨는 "환자 가족들은 치매 환자를 울면서 달래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간병 매뉴얼' 같은 책자를 만들어 배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

송원형 기자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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