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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이야기]온몸 짓무른 이들이 내 부모, 내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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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11-02-08 00:00 조회5,5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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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환자들의 '손발' 31년… 스페인서 온 유의배 신부
산청군 요양원 성심원서 통원 치료·심부름부터 임종 뒤 염까지 도맡아
"남들은 흉측하다고 했지만 사랑 갈구하는 눈빛 봤지요"

설 사흘 전인 1월 31일 오후 경남 산청군 산청읍 성심원의 한센인 전문요양원 2층 병동에서 파란 눈의 유의배(65) 신부가 한센병 환자 황봉출(81)씨에게 세배를 했다. "어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한센병으로 손가락이 다 떨어져 나간 황씨는 뭉툭한 손으로 유 신부 손을 잡으며 "고맙소, 신부님. 그런데 세뱃돈 줄 게 없어서 어쩌지…"라고 말했다. 유 신부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300살까지 사시면 돼요"라고 말하며 황씨의 볼을 비볐다.

성심원은 지난 시절 '나병'이나 '문둥병'으로 불리던 한센병 환자와 가족 200여명이 사는 한센인 수용시설이다. 3일 설날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한센병 환자 가족 20여 명이 성심원을 찾아 유 신부에게 세배했다. "큰 병을 앓는 우리 피붙이들을 가족처럼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경남 산청군 한센병환자 수용시설 성심원에서 스페인 출신 유의배 신부가 환자 김옥빈씨에게 세배하고 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속인 유 신부는 스페인 사람으로 본명이 루이스 마리아 우리베이다. 유 신부는 1976년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어릴 적 라디오에서 6·25전쟁 이야기를 들었지요. 내 고향 게르니카도 1937년 독일 나치군의 공습을 받았기 때문에 전쟁의 아픔을 겪은 한국이 남의 나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유 신부는 한국말을 배우면서 성(姓)인 우리베의 음을 따 한국 이름을 유의배라고 지었다. 유 신부는 선배 선교사로부터 "일손이 부족하니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성심원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진주·주문진·제주의 성당을 거쳐 1980년 성심원 담당 신부로 정식 부임했다.

그 후 31년 동안 매일 아침 미사가 끝나면 한센인들을 찾았다. 누구든 만날 때마다 껴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 한센병으로 눈과 귀가 먼 박순엽(85)씨는 "안 보이고 안 들려도 신부님이 옆에 오면 금방 알 수 있다.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은 신부님뿐"이라고 했다.

당시 성심원은 한센병 환자 200여 명이 초가집과 슬레이트집 100여 채에 흩어져 사는 '환자촌'이었다. 병 때문에 가족과 일자리를 잃고 세상의 눈을 피해 지리산 자락으로 숨어든 사람들이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눈이 멀고 귀가 먹었고, 코·입술·팔다리가 짓물렀다. 유 신부는 "남들은 흉측한 환자라고 했지만, 이들의 눈빛은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한 한센인들에게 유 신부는 손발이나 다름없었다. 환자들이 외부인들의 시선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자 1980년대 중반 운전면허를 따서 이들의 '운전기사'가 됐다. 환자 통원치료는 물론 환자촌 아이들 등·하교와 마을 심부름까지 도맡았다.

그동안 유 신부가 임종(臨終)을 한 환자만 500여 명에 이른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1996년부터는 한센인 사망자의 염(殮)도 하고 있다. 궂은 일을 맡아 하던 마을 촌로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자 어깨너머 배운 솜씨로 염을 했다고 한다. 성심원 사무장 송승정(61)씨는 "신부님은 시신을 씻기고 수의를 입힐 때마다 '그동안 많이 아팠지? 많이 못 도와줘서 미안해. 좋은 데 갈 거야'라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유 신부는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좋아 지금껏 이곳을 떠나지 못했다"며 "5년 전에는 성심원 가족들이 내 회갑 잔치를 열어줬다"고 자랑했다. "내 부모, 내 자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칠순, 팔순 치르며 가족과 꼭 껴안고 살아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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