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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사진작가와 노숙자의 만남, 희망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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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2-04-27 00:00 조회8,7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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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현씨 제안으로 사진교육 받은 노숙인 15명 오늘 작품전]
6주 강좌… 한명도 포기 안해… 광화문광장에 34점 선보여
"빨리 죽으려고만 했는데… 세상의 아름다움 보게 돼"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색다른 전시회가 열린다. '노숙인사진작가 사진작품 전시회'다. 유명 사진작가 조세현(54)씨가 지난 2월부터 노숙인 15명을 대상으로 서울 영등포구 노숙인 쉼터 '보현의 집'에서 6주간 사진 교육을 펼쳐 건진 작품들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자리다. 강좌 이름은 '희망의 프레임'.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사진 강좌다.

이번에 까치가 날아가 버린 빈 까치집 사진 등 2점을 내놓은 노숙인 박상기(가명·52)씨. 원래는 종로에서 종합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했던 '사장'이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사업이 부도 나면서 집도 잃고 빈털터리가 됐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다. 건설업체 현장을 돌며 작업반장으로 일해 생계를 이어갔다. 부인은 1993년 이미 사별했고, 자녀도 없었다. 홀로 남아 삶을 꾸리던 그는 2011년 한 푼 두 푼 모은 재산을 사기당해 날리면서 맥없이 주저앉았다. 의욕을 잃고 거리를 떠돌던 그는 노숙인이 되어 충남 천안역과 서울 영등포역을 떠돌았다. 그러다 올 1월 노숙인 쉼터 '보현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사진 강좌를 접했다. 박씨는 "사진을 하다 보니까 마음에 와 닿는 것을 그대로 찍는 것에 대한 재미가 느껴졌다"며 "사진을 배우며 마음의 안정도 얻고 내 마음속에 '희망이 빛'도 생겨나더라"고 말했다.

사진작가 조세현씨 사진교실에 참가한 노숙인들이 지난달 27일 여의도공원 일대를 돌며 서울 거리를 렌즈에 담았다. 강좌 이름은 ‘희망의 프레임’이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사진을 찍으며 '빛의 세계'로 들어온 그는 "전에는 어떻게 하면 빨리 죽을 수 있을까만 생각하며 살았다"며 "이제는 사진을 찍으며 내 마음에도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낼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나에게 삶의 아름다움이 보인다"고 했다. 빈 까치집을 카메라에 담으며 그는 "꼭 내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사진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역시 2점을 전시하는 노숙인 류상신(가명·48)씨는 택시기사·관광버스 운전을 하다가 경제 문제 탓에 아내와 갈등하다 지난 2005년 가출했다. 홧김에 나오는 바람에 돈도 한 푼 챙기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디지털 카메라 한 대가 들려 있었다. PC방 점원·주차장 관리인을 전전하며 노숙인 신세로 떠돌던 그는 그래도 주말만 되면 사진기를 들고 산에 올랐다. "사진기만 붙들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어요. 언젠간 이 사진기로 제가 원하는 것을 찍으리라 생각했지요." 류씨는 이번 강좌를 통해 자신의 낡은 사진기로 담을 수 없었던 깊은 사진의 묘미를 알게 됐다. "유일하게 들고 나온 낡은 사진기를 쓸 수 없게 되더라도 이제 원하던 것을 하게 되어 행복합니다."

노숙인 사진강좌를 이끈 사진작가 조세현씨(왼쪽 사진)와 노숙인 박상기(가명)씨가 외로운 심정을 표현한 빈 까치집 사진. /전기병 기자·서울시 제공

15명이 참가한 사진 강좌 프로그램은 낙오자 1명도 없이 끝났다. 강사를 자처했던 조세현씨 눈에도 회한이 어렸다. "가능하리라 믿지 않았습니다. 놀라울 뿐이죠. 제자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노숙인 사진강좌는 조씨 제안으로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영국 왕실에서 주최한 사진전에 참가한 조씨는 한 유명 사진작가를 만났다가 그가 노숙인 출신임을 알게 되고는 깜짝 놀랐다. 사람의 어두운 단면과 이를 극복해 내는 방법을 알았던 그는 프레임 속에 삶의 굴곡을 표현할 줄 알았다. 사진전에 출품한 작품을 경매에 부쳐 노숙인 사진교육에 쓰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조씨는 서울시에 노숙인 사진교육을 제안했고, 반신반의하던 노숙인 담당 시 직원들도 교육이 시작되면서 노숙인들이 관심을 보이자 적극적으로 나섰다. 카메라회사 '니콘'에서 임대 사진기를 제공, 사진 교육을 도왔고, 동료 사진 작가들도 강사 부탁을 들어줬다. 서울시 이상훈 자활지원과장은 "노숙인들은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하면 두 번째부터 절반 이상이 그만둔다"며 "사진 교육은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고 말했다. 정보현(가명·46)씨는 "'빚' 때문에 무너졌지만 '빛'을 통해 희망을 얻었다"고 했다. 이들이 절망 속에서 건져 올린 희망의 사진 34점은 28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시된다. 2기 사진 강좌는 5월부터 6주간 다시 이어지며 시는 이 강좌를 연중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양승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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