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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의 사랑歌 , 홀로 사는 이웃에 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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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10-25 00:00 조회27,0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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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가 치매에 덜컥~ 나 홀로 모든 것 하오… 밥, 빨래, 청소, 농사…
혼자 사는 늙은이의 절절한 외로움을 깨닫소
충남 천북면 90세 노재찬씨, 4년째 독거노인·장애인에 수확한 쌀 500㎏ 기부

4년전 쓰러진 아내 돌보며 "혼자 사는 사람 안됐구나"
"추석때 송편이나 나눠 먹자" 面에 포대 전달, 22명 혜택
아들도 기부사실 몰라… "집안일 하는 여자에 잘해줘야해"

추석을 앞둔 지난달 28일, 충남 보령시 천북면에 사는 독거노인·장애인 22가구에 20㎏ 쌀 한 포대가 각각 배달됐다. 쌀 배달을 했던 최헌길 천북면사무소 사회복지담당자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네 번이나 추석이 오기 전에 항상 독거노인·장애인들에게 쌀가마를 배달했다"며 "해마다 우리 면사무소에 400~500㎏ 되는 쌀을 기부하는 할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강희준 천북면사무소 주민생활지원담당은 "2년간 면사무소에 근무했지만, 해마다 쌀을 내놓는 사람은 이분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쌀의 발신인은 천북면 사정마을에 사는 노재찬 할아버지로, 올해 구순(九旬·90)을 맞았다. 천북면 자택에서 만난 노씨 할아버지는 양쪽 귀 모두에 보청기를 껴야 할 정도로 귀가 어두웠지만, 몸은 꼿꼿했다. 마을에서 최고령인 할아버지는 평생을 이 마을 농사꾼으로 살아왔다. 농약을 치고 벼를 수확할 때 기계를 다루는 인부를 쓰기도 하지만, 할아버지는 매일 직접 논에 나가 농사일을 돌본다. 그동안 기부한 쌀은 할아버지가 농사일을 해 수확한 쌀이다.

할아버지는 "요즘도 오전 6시에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논밭에서 농사일한다"며 "오늘은 깨를 털었다"고 말했다. 집 앞 텃밭에는 할아버지가 기르는 고추, 상추, 배추가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할아버지가 관리하는 논만 6917㎡(약 2000평)에 이를 정도. 할아버지가 해마다 기부하는 쌀은 할아버지가 1년 동안 수확하는 양의 15% 정도다.

할아버지가 기부를 시작한 이유는 칠순이 넘은 아내 김길자(73) 할머니 때문. 할머니는 4년 전 집안일을 하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임자(아내)랑 평생 농사나 지으며 백년해로할 줄 알았는데, 한순간에 '애'가 돼버렸어." 할머니는 낮 시간 절반을 누워 지내야 할 정도로 몸이 불편해졌고, 사고 후유증으로 치매가 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어려워졌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몸을 씻기며 지금껏 홀로 아내를 돌봤다. 노인회장·향교회장을 오래도록 역임할 정도로 마을 일에 적극적이었던 할아버지는 외부활동도 그만두고, 좋아하던 술도 끊었다. 일주일에 세 번 요양보호사가 집에 찾아와 오전 동안 할머니를 돌보는 시간을 제외하고 할머니를 살피는 일은 오롯이 할아버지 몫이다. 밥을 지어 매 끼니 음식을 떠먹이고 빨래와 청소를 한다.

11일 충남 보령시 천북면 노재찬 할아버지가 “모처럼 가을 정취나 느껴보자”며 치매에 걸린 부인 김길자 할머니를 부축하고 집 앞의 논길을 거닐고 있다. 이 논에서 거둔 쌀을 해마다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할아버지는 "여자들이 집에서 노는 줄 알았어. 막상 (집안일) 이것저것 해보니 그게 아니야. 아내 대우를 잘 해줘야 해. 빨래, 밥…. 이거 다 하는 여자들 잘 대해줘야 해"라며 "못난 사람에게 찾아와(시집와) 그동안 수고했으니 나도 보답해야지"라고 말했다. 동네 주민 문경자(여·56)씨는 "할아버지 내외는 하루가 멀다고 붙어 다니며 농사일을 해서 마을 주민들이 '너무 심하다'고 흉을 볼 정도로 마을에서 유명한 잉꼬부부였다"며 "지금도 농사일을 하다가도 수시로 집에 들러 할머니를 살핀다"고 말했다.

"안사람이 쓰러지고 혼자 모든 걸 하려고 하니 알겠더라고. '혼자 사는 사람이 제일 안됐구나.' 얘기할 데 없고 답답하고…. 혼자 사는 늙은이들이 명절에 얼마나 힘들고 외롭겠어?" 아내가 쓰러지고 나서 할아버지는 "독거노인들과 명절날 송편이나 같이 나눠 먹고 싶어서" 농사지은 쌀을 나누기로 했다. 곧바로 평소 아들같이 자신을 따르던 마을 주민 최장훈(57)씨를 집으로 불렀다. 최씨는 "할아버지가 '방아 찧으러 갈 시간 있나'라고 물어보더라"며 "할아버지 댁 뒤주에 있는 벼를 빻아 면사무소로 가지고 가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무슨 일에 쓰실 거냐'고 묻자 할아버지는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쌀을 줘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기부한 쌀은 최씨를 통해 면사무소에 전달됐다. 2009년부터 지금껏 추석을 앞둔 날이면 할아버지는 어김없이 최씨를 불러 뒤주에 쌓인 벼를 가져가게 했다. 할아버지가 내놓은 쌀은 자식이 없는 천북면의 무의탁 노인들에게 돌아갔다. 올해 기부한 20㎏ 쌀 22포대(총 440㎏)는 무의탁 노인들 15명과 홀로 사는 장애인 7명에게 한 포대씩 배달됐다. 한 포대는 한 사람이 두 달간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할아버지의 기부 사실은 자식들도 모를 정도였다. 올해 3월부터 서울의 자택과 보령을 오가며 할아버지를 살피는 둘째아들 노원호(64)씨도 "어느 날 뒤주에 쌓인 벼들이 없어져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면에 갖다줬다'고 하시더라"며 "아버지가 쌀을 기부한다는 사실을 가족들이 올해 들어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집 앞의 논에는 수확을 앞둔 벼들이 노랗게 익어 있었다. 할머니와 함께 논에 나간 할아버지는 벼를 가리키며 "올해는 태풍 볼라벤이란 놈 때문에 흉작이 들었어"라면서도 "2주만 지나면 벨 거여. 올해도 잘 수확해서 나눠 먹어야지"라고 말했다. "늙어 죽을 때까지 기운만 있으면 농사지어 나누려는데 자네 생각은 어떻소?"라고 할아버지가 묻자 할머니는 대답 없이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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