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기부 18년...샐러리맨 문화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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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12-11-21 00:00 조회13,265회 댓글0건본문
직장인들 "작은돈이지만 뿌듯"
1994년 삼성SDS에서 시작… 美·日선 '1달러·100엔' 보편화
각 지자체도 활발한 동참, 영세가정에 쌀·책·약 도움주고 다문화 가정 결혼식도 치러줘
밤이 되면 깜깜했던 영은이네 집에 지난 6월부터 불이 켜졌다. 매달 20만원씩 생활 보조비와 선물도 배달됐다. 지난 9월에는 영은이의 꿈이었던 자전거도 생겼고, 100만원이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진료비와 약값도 지원됐다.
영은이네 가족의 '산타클로스'는 바로 한국전력 직원들이다. 전기료를 수금하러 다니던 한전 직원들이 영은이네 사정을 알게 됐고, 이 사실을 본사에 알렸다. 한전 직원 중 2만여명은 매달 1000원씩 돈을 모으고 있는데, 이 돈의 일부를 영은이네 가족에게 매달 전달하고 있다. 한전 직원들이 매달 1000원씩 모아 이렇게 '결연'을 해 꾸준히 돕는 아이들은 20명이다.
- 1000원 자동이체…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매달 ‘1000원 기부’ 운동을 하는 은행직원들이 1000원짜리 지폐와 월급 통장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이들은 매달 월급날이면 통장에서 자동이체로 1000원씩 기부하고 있다. /오유교 기자
기부가 생활화된 선진국에서는 직장인 사이에서 '1000원 기부' 운동이 보편화돼 있다. 일본 후지제록스는 1991년부터 임직원과 퇴직자까지 '100엔(약 1000원) 기부' 운동을 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사 '보잉'은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 '3달러(약 3000원) 기부'가 활성화돼 있고, 미 연방 정부 역시 공무원들에게 월급 중 '1달러(약 1000원)'라도 기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직장인들의 ‘1000원 기부’가 난치병 아이들의 치료비가 되고, 다문화 가정의 결혼식 비용이 된다. 지난 2009년 척추측만교정수술을 끝낸 조모군을 축하하는 LIG 손해보험 직원들(사진 왼쪽). 지난 5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에서 열린 다문화 가족을 위한 전통 혼례식에 참석한 우리은행 직원들(사진 오른쪽). /LIG 손해보험·우리은행 제공
한국에서 '1000원 기부' 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1994년 12월 시작한 삼성 SDS로 알려져 있다. 1994년 12월 한 평사원이 사내 게시판에 건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충청북도 교육청이나 충북 청주시청, 충북 충주시 지현동 등은 직원들이 1000원씩 모아 정부 지원금이 닿지 않는 계층에게 돈을 지원한다. 충청북도 교육청은 지난 1월부터 직원 1300여명에게 매달 1000원씩을 모아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충북 충주시 지현동 주민들도 2007년 2월부터 "동네에 밥 굶는 이는 없게 하자"며 매달 1000원씩 돈을 모으는 '주민 행복 만들기 천사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자치위원 30여명으로 시작한 운동이 현재 830여명으로 늘었다. 최승호 주민지원담당은 "십시일반이란 게 바로 이럴 때 쓰이는 말 같다"면서 "매달 모은 160만~170만원은 독거노인 등에게 쌀로 지원되는데, 온 주민들이 행복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