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아버지가 했기에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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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11-26 00:00 조회7,137회 댓글0건본문
5년간 매달 300만원씩 기부 약정한 백운기씨
"9세 딸도 가르쳐준 적 없는데 유니세프 통해 세 친구 후원"
-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8000만원 기부 약정을 한 백운기(39)씨가“평생 기부하고 싶다”며 활짝 웃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백씨가 기부를 결심하게 된 건 2년 전 타계한 아버지(故 백남웅)의 영향이 컸다. 가난 탓에 초등학교만 졸업한 고인은 연탄배달, 폐지 줍기, 공장 노동자 등을 통해 돈을 모았고, 1990년 호수삼계탕을 차렸다. 가게는 여름 점심때면 100명 이상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얻어 2호점까지 생겼다. 아들 백씨도 아버지를 도와 15년 전부터 장사를 거들었다. 이 과정에서 백씨는 아버지가 말없이 남을 돕는 모습을 봤다. 가난한 사람이면 돈을 받지 않고 삼계탕을 주는 일이 많았고, 홀로 사는 노인들은 언제든 무료로 삼계탕을 먹을 수 있게 했다. 주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남몰래 장학금도 줬다.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진학한 성결대에는 4년 동안 매년 1000만원씩 장학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아들은 아버지 졸업식 때 이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들은 가게와 함께 아버지의 '기부'도 물려받았다. 아들은 주변 중학교에 2년 동안 30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10월 사랑의쌀나눔본부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빨간 밥차'가 불타 독거노인·노숙자 무료 급식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을 땐 삼계탕 500인분을 무료로 제공했다.
백씨가 기부하는 이유를 하나 말했다. "어느 날은 아홉 살 된 딸이 그러더군요. '아빠 나 유니세프 통해 3명의 친구를 후원하고 있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나누며 사는 법을 배운 거지요. 제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처럼 제 딸도 이런 마음을 배웠다면 기부의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백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 기부한 사람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176번째 회원이 됐다. 식당 자영업자 중에서는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