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역앞 천막 식당,, 가출 청개구리들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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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12-04 00:00 조회8,789회 댓글0건본문
청소년 심야식당 '청개구리' 운영하는 이정아씨
배회하는 가출 청소년에 무료로 야식 제공·상담
"가정도 학교도 품지 못한 아이 이 사회에서 갈 곳은 소년원뿐 그럼 이들은 누가 돌보나요"
- 27일 밤 경기도 부천시 부천역 앞 청소년 심야 식당 겸 상담소인 ‘청개구리’ 앞에서 물푸레나무 청소년 공동체 이정아 대표가 식당 안으로 들어오라며 아이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김용국 기자
27일 밤 부천역 앞, 천막 안에서는 대학생과 고등학생 등 자원봉사자 18명이 모여 배식, 설거지, 카운터, 아이들을 끌어오는 '아웃리치(outreach)'조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이날 식사 메뉴는 카레라이스와 계란 프라이. "청개구리 심야 식당을 열겠습니다, 개굴개굴!" 다 함께 구호를 외치자 천막 안팎이 분주해진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거나 독특한 옷차림을 한 아이들, 어른들이 보기엔 뭔가 '삐딱한' 아이들이 이 대표와 인사를 주고받았다. "걱정하는 눈빛, 어설픈 충고는 절대 금지예요. 어른 기준으로 판단하는 순간, 아이들은 마음을 닫거든요." 한 번 열 때마다 아이 30~40명이 이 식당을 다녀간다.
- 김정아씨가 경기도 부천시 부천북부역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심야식당. /김용국기자
부천시 청소년수련관, 고리울청소년문화의집과 함께 고민한 끝에 청개구리 식당을 열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런 게 있으니 아이들이 집에 안 간다"는 '어른'들의 민원 때문에 새벽 1시까지였던 운영 시간도 1시간 줄였다. 민원으로 전기가 끊긴 적도 있다.
한번 마음을 연 아이들은 이곳 '회원 카드'에 계속 출석 도장을 찍는다. '청개구리 식당'은 화요일에만 문을 열지만, 이 대표는 상담을 통해 꾸준히 돌봐야 할 아이들을 찾아내 평일에도 만난다. 중독 치료 시설이나 상담소 등 도움받을 곳으로 연결해주기도 한다. 지난 6월에 남양주의 집을 나와 부천역 근처에 머물고 있는 미경(가명·17)양도 이 식당의 '단골'이다. "마음 편하고, 따뜻하고, 교회 나오라고 강요도 않고요. 여기 머무는 시간은 안전하고 즐거워요." 작년 10월부터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고3 이재민(18)군은 "어른들 눈엔 가출한 아이들이 그냥 '문제아'로 보여서 싹 잡아 가두고 싶을지 모르지만, 그들도 생활이 있고 꿈도 있는 청소년"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 인근 공간을 빌려, '청개구리 식당'을 낮에도 아이들이 언제나 모일 수 있는 '청소년 카페'로 만들고 싶어 한다. "더 많은 '청개구리 식당'이 생겨나고, 더 많은 '어른'이 아이들 돌보는 걸 공동의 책임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청개구리 식당의 목표는 '교화'가 아닙니다. 한번 마음을 돌렸던 아이라도 언제든 같은 죄를 또 짓거나, 또 가출할 수도 있어요. 누군가에겐 쓸데없는 짓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따뜻한 밥그릇 같은 온기와 관심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