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식한텐 세상에서 제일 값진 것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기부를 물려줄 겁니다."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원영식(52) 회장이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기자를 맞았다. 그는 자칭 "'머니 게임'으로 돈 버는 사람"이다. 회사를 사고팔고, 구조조정하고,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돈을 번다. 투자회사 오션인더블유 대표이며, 일본 케이블TV 한류(韓流) 드라마 채널 'KNTV' 회장이기도 하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투자를 많이 해 싸이나 장동건 같은 연예인도 그를 '형님'으로 모신다.

잘나가는 50대 '악동(惡童)' 같은 그는 그러나 이렇게 말했다. "어려울 때 외롭지 않게 힘이 되는 건 누군가를 돕는 일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 버티면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싶으니까 없던 힘도 생기더라. 아들한테도 그런 힘을 알게 하고 싶다."

◇구두닦이에게 팥죽 대접하던 어머니

원 회장은 서울 명동서 나고 자랐다. 그의 기억 속 어머니는 늘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들여 손수 끓인 팥죽을 대접했다. 주로 손수레나 좌판에서 장사하는 사람, 구두닦이, 청소부처럼 형편 어려운 이들이었다.

"그런 어머니 모습을 보고 자라 그런지 누나 셋도 비슷해요. 환갑 넘은 큰누나는 음성 꽃동네서, 의사 남편 둔 둘째 누나는 호스피스로, 셋째 누나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봉사합니다."

10년 전 원 회장도 뭔가에 이끌린 듯 기부를 시작했다. 정부 보조금에다 뻥튀기 장사로 번 돈을 합쳐도 식사 거르는 날이 많은 한 할머니(서울 중구)에게 매달 25만원씩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160가구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 30명 넘는 학생들에겐 장학금을 보낸다. 이렇게 지난 10년간 원 회장은 매년 1억원 이상을 기부해왔다.

"금융이라고 돈벌이가 쉽나요.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하루 30명씩 사람 만나야 시장을 읽지요." 원 회장은 4~5년 전 동맥경화, 역류성식도염 등 십여 가지 질병이 한꺼번에 찾아왔다고 했다. 다 그만두고 주저앉고 싶은 순간 꼭 검찰총장이 되고 싶다던 한 남학생 얼굴이 떠올랐다. "과외는 꿈도 못 꿀 형편인데, 주변에 공부 좀 한다는 사람은 무조건 찾아가는 녀석이에요. 공부 배우려고요." 그 학생의 꿈을 저버릴 수 없어 다시 일어서게 됐다고 했다.

◇땀 흘려 벌고 멋지게 기부한다

원 회장은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에게도 "피나는 노력으로 벌고,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폼 나게' 기부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가르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굿웨이위드어스(Good Way With Us)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었다. 아들은 물론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기부를 체험하게 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아이들 힘으로 모은 돈에다 원 회장의 지원금을 얹어 계획을 실현한다. 지금은 네팔 산골 마을에 학교를 지어주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중간고사도 포기하고 아들을 네팔에 데려갔어요. 10달러가 없어 학교 못 가는 아이들을 본 아들은 10달러도 큰돈이라는 걸 압니다." 그는 돈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것보다 더 큰 유산은 없다고 했다.

사후에 재산을 공익 목적으로 기부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펼치는 '아름다운 약속 유산 기부'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우선 유산 기부 서약을 한 다음 시간을 갖고 기부 금액이나 비율을 정할 수 있다.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02-6262-3091~2


☞유산(遺産) 기부  ·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나누고 떠나는 것으로,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망 시점에 공익 목적으로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유언 형식으로 기부하는 것이며, 생전에는 자신이 재산에 대한 통제권을 갖다가 사후에 기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