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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원 라면 숫자까지... 세 母女의 고단했던 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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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5-23 00:00 조회5,6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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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세 母女… 그들이 남긴 가난의 흔적]

한달 식비 20만원, 널브러진 약병들
당뇨병 앓는 언니 곁에서 돌보느라 둘째 딸은 일도 못하고 집에만…
사흘 전까지 세 모녀(母女)가 살던 서울 송파구 석촌동 단독주택 반(半)지하방에서는 소주병이 수십 개 쏟아져 나왔다. 어머니 박모(60)씨가 깁스를 고정하던 밴드, 큰딸 김모(35)씨가 복용하던 약병들, 냉장고의 말라붙은 밑반찬 그릇에선 모녀를 삼켜버린 절망이 묻어났다.

28일 오전 세 모녀의 세간살이와 함께 절망의 흔적까지 폐기물 운반 차량에 실려 사라졌다. 만화가를 꿈꾸던 두 딸의 손때가 묻은 만화책과 습작들, 아버지가 살아있던 시절 네 가족이 함께 찍은 행복한 사진첩 속 해맑게 웃던 어린 두 딸과 다정했던 부부의 환한 미소도 쓰레기봉투에 담겼다.

2002년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암(癌) 투병 끝에 숨진 뒤 가족의 행복은 산산이 부서졌다. 살던 집을 팔고 이곳 반지하 방으로 옮긴 뒤인 2006년부터 어머니 박씨가 쓴 가계부엔 고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가족의 주식(主食)은 라면·빵이었다. 박씨는 하나에 600원 하는 라면 개수까지 꼼꼼히 적어넣었다. 한 달 수입은 박씨가 식당일로 벌어오는 120만원이 전부였다. 38만원인 집세와 공과금 15만원을 내고, 세 모녀가 쓴 식비는 한 달에 채 20만원을 넘지 못했다. 세 모녀는 지난 26일 오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완전히 타버린 번개탄과 현금 70만원이 든 흰 봉투, '주인아주머니께,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은 글이 유서처럼 남아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했지만, 가난은 모녀를 서서히 집어삼켰다. 서른 살이 넘은 두 딸은 경제력이 없었다. 큰딸 김씨는 오랜 세월 당뇨를 앓아 거동조차 힘들었고, 언니를 간병하느라 함께 집안에 남아 있던 작은딸(32)도 직업이 없었다. 아버지가 남긴 빚까지 짊어졌던 박씨 가족은 딸들이 만든 신용카드 3~4개로 '돌려막기'를 하면서 생계를 이었다. 지난달엔 38만원이던 월세가 50만원으로 올랐다. 어머니 박씨마저 지난 1월 말 길에서 넘어져 오른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식당일을 나가지 못하게 됐다.


주변 이웃들은 물론 가족들의 유일한 친척인 박씨의 남동생조차 이들이 막다른 길에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박씨의 남동생은 "누나와 전화도 자주 하고 얼마 전에는 쌀을 갖다주기도 했는데 누나는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걸 사오느냐'고 핀잔을 줬다"며 울먹였다. 박씨 가족이 세 들어 살던 집주인도 "박씨네는 월세 한 번 밀린 적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씨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지정 등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 서울 송파구청 복지정책과 직원은 "30대 딸이 둘이나 있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한 생계가 이 정도로 어려울 것이란 짐작을 하기 어려웠다"면서 "통장(統長) 등 이웃들을 탐문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권유하기도 하지만 박씨 가족은 주변 누구에게도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이웃주민은 박씨에 대해 "자기 힘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무척 강한 분이었다"며 "이웃에게 폐를 끼치는 걸 참지 못하는 성격 같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석촌동 주민센터 측도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박씨 가족이 수급자 지정에서 걸림돌이 될 사유도 없어 보이는데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은 쓸쓸했다. 세 모녀의 시신은 빈소도 없이, 상주(喪主)도 없이 차가운 영안실에 사흘 동안 안치돼 있었다. 박씨의 남동생과 장례비를 지원하기로 한 교회 관계자들만 지켜보는 가운데 모녀의 시신은 28일 오후 2시쯤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을 떠나 서울 추모공원 장지(葬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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